[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 월가에서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AI 시장의 성장 가능성만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하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막대한 투자금을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회수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AI 성장 기대에 힘입은 동반 상승보다 기업별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에 따른 선별 투자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 미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표지판.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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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29.85포인트(1.02%) 상승한 5만2495.88에 마감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0.02%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28% 올랐다.
이날 S&P500 헬스케어 업종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라이릴리와 유나이티드헬스, 머크 등 제약·의료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 산업재 기업 3M도 호실적에 힘입어 5% 넘게 올랐다. 반면 대형 기술주와 통신서비스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와 기업 실적 호조가 증시 전반을 지지했지만 AI 투자 부담에 대한 경계심은 남아 있었다.
최근 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익성 우려가 기술주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업종별 주가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이 성장 기대뿐 아니라 실제 실적과 재무건전성에도 주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의 관심은 ‘AI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느냐’에서 ‘이를 상용화해 얼마나 많은 현금을 벌어들이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에 투입하는 자금은 급증하지만 실제 수익이 발생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입에 의존해 인프라를 확충하는 기업은 높은 금리와 투자비 부담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스페이스X는 AI 투자의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보여줬다. 스페이스X의 3분기 AI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0% 급증한 75억6000만달러(약 10조210억원)를 기록했다. 위성인터넷 스타링크를 포함한 통신 사업 매출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AI 사업부도 4억31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일론 머스크 CEO는 내년 말 연환산 매출 최대 1조달러라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성장의 이면에는 막대한 투자비가 있다. 스페이스X는 3분기 설비투자 195억9300만달러 가운데 약 84%를 AI 사업에 투입했다. 브렛 존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분기 설비투자가 최대 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스페이스X는 신규 AI 연산 설비의 투자비 회수 기간이 현재 가격 기준 1년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수익성이 지속되려면 높은 연산 수요와 임대 가격이 유지돼야 한다.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전력 확보와 설비 가동률, 고객 계약의 지속성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 |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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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가 AI 성장 가능성과 함께 투자 회수 능력을 더욱 중요하게 따지는 이유다.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강하더라도 기업마다 투자 부담과 수익화 속도는 다르다. 투자자들은 매출 성장률뿐 아니라 영업이익률과 잉여현금흐름, 부채 규모 등을 통해 기업의 실제 수익 창출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설비투자가 신규 계약과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지, 늘어난 매출이 실제 현금흐름 개선으로 연결되는지가 관건이다. 성장 기대를 뒷받침할 실적이 확인되지 않는 기업일수록 주가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런 흐름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AI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계획뿐 아니라 클라우드 매출 성장률과 AI 서비스의 유료 이용 확대, 영업현금흐름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AI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크지만 성장 산업에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 높은 주가를 정당화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월가의 AI 투자 경쟁은 이제 누가 더 많은 돈을 쏟아붓느냐를 넘어 누가 먼저 투자 성과를 실적으로 입증하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