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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달걀 몇 개에 9만원…이란 9000만의 무너진 삶

이란 물가 89%·식품값 127% 폭등
리알화 1달러당 206만리알 사상 최저
최저임금, 생계비의 37%밖에 못 채워
사형 집행 매주 발표·히잡 단속 강화

등록 2026-08-31 오전 10:06:40

수정 2026-08-31 오후 7:16:1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인구 9000만명의 이란 경제와 민생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물가가 1년 새 두 배 가까이 뛰고 통화가치는 사상 최저로 추락한 가운데 식품과 연료 부족까지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재개하면서 경제 불안이 다시 증폭될 가능성이 커졌다.

30일(현지시간) 알자지라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통계청은 이란력 5번째 달(7월 23일~8월 22일) 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상승했다고 밝혔다. 특히 식품 물가는 127% 이상 폭등했다. 화폐가치 급락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이다. 이란 리알화는 전날 테헤란 시장에서 달러당 206만 8000리알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6월 16일 152만 6000리알과 비교하면 74일 만에 가치가 약 26% 하락한 것이다. 실제 쌀값은 전쟁 전보다 60%, 쇠고기 값은 150% 급등했다.

임금은 물가를 따라가지 못한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은 월 1억 6625만리알로 약 13만 6000원이지만 노동계가 추산한 최소 생계비는 4억 5000만리알, 약 36만원에 달한다. 최저임금으로 기본 생계비의 37%밖에 충당하지 못하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의 평균 물가상승률을 68.9%,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6.1%로 전망했다.

자원 부국이라는 말도 무색해졌다. 이란은 석유·가스 생산국이지만 전쟁과 제재로 에너지 시설과 발전소 등 기반시설이 타격을 입으면서 연료와 전력난까지 겪고 있다. 당국은 겨울철 천연가스 부족에 대비해 차량 연료 할당량을 줄였고 휘발유 가격 인상도 예고했다.

경제난 속에서 대외 고립도 심화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량이 전쟁 이전보다 급감하면서면서 석유 수출길마저 제약을 받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정부가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석유를 판매하기조차 어렵다고 밝혔다. 민생 불안이 커지자 당국의 사회 통제도 강화되고 있다. 국가안보 관련 혐의에 대한 사형 집행과 히잡 단속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부의 군사·경제적 압박이 내부 통제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30일 이란 남부 호르무즈 해협의 라라크섬에 있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로켓 발사대 2곳을 공격했다. 미국 측은 혁명수비대가 해상 기뢰를 탑재한 로켓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발사할 준비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란 측은 보복을 경고했다.

지난 25일 이란 테헤란 북부의 한 재래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AFP)
지난 25일 이란 테헤란 북부의 한 재래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AFP)


방성훈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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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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