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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거래소 ‘묻지마 코인 상폐’…투자자 보호 뒷전

[기준·투명성 갖춘 제도화 시급]
국내 거래소서 상장 2021개 중 562개 상폐…상장보다 상폐 많기도
상장·폐지 거래소 자율 맡겼지만 …투명성·공정성 확보 어려워
당국 “현행법 직접 규제 못해…2단계 입법에 실질적 규율 필요”
공매도·스테이블코인 등 시장 고도화…"방치땐 투자자 피해 반복&q...

등록 2025-07-30 오전 6:00:00

수정 2025-07-30 오후 6:43:55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거래소의 무분별한 상장 관행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채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유사 서비스가 시작되고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도, 상장과 상장폐지 기준은 거래소 자율에 맡겨 있어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거래소서 상장 2021개 중 562개 상폐…상장보다 상폐 많은 해도

29일 국내 5대 가상자산 원화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국회 정무위원회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이데일리가 분석한 결과, 지난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상장된 가상자산은 총 2021개, 이 가운데 562개(약 27.8%)는 상장 폐지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거래소는 한 해 신규 상장보다 상장폐지 건수가 더 많았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실제로 상장 폐지된 코인의 절반 이상은 상장 후 2년을 채우지 못한 채 퇴출당했고고 1년 미만에 폐지된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스트리미(고팍스)는 올해 상반기 동안에만 13건의 상장폐지가 이뤄졌다. 금융권에선 형식적인 심사 절차를 거쳤지만 실질적인 검증 없이 거래지원을 시작한 결과라고 비판한다. 투자자 보호보다 거래소의 수익성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문제는 상장과 상장폐지 절차 모두 거래소 내부 규정과 판단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이다. 업비트는 거래지원 신청부터 약식 검토, 정식 평가, 외부 위원을 포함한 거래지원 심의위원회 의결 단계를 거쳐 상장을 결정한다. 그러나 심의위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위원 보수 또한 거래소가 지급하기 때문에 심사의 객관성과 독립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빗썸 역시 거래지원과 유지 심사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있고 분기 1회 심사를 통해 유의 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지만 평가 기준과 결과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대부분 거래소는 상장폐지 시 ‘거래 유의종목’으로 지정한 뒤 30일간 정리매매 기간을 부여하고 종료 처리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가격 급락에 따른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실질적 구제 수단은 없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으로는 직접적인 규제를 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시행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거래소는 내부통제 기준을 자율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거래지원 모범사례’를 마련해 심사 절차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치는 법적 구속력이 아닌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행 법 체계에서는 거래소의 자율 심사를 벗어나 직접적인 상장 심사나 폐지 절차를 규율하기 어렵다”며 “현재는 모범사례의 적용 실태를 점검해 보완 중이고 앞으로 2단계 입법을 통해 실질적 규율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역시 국회 입법 논의와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따라 실효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공매도·스테이블코인 등 고도화되는 시장…제도 공백에 투자자만 방치

이런 상황에서도 가상자산 시장은 점점 금융의 영역을 계속해서 흡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과 공매도 유사 서비스, 구조화된 금융형 상품 출시 등으로 거래소의 서비스가 고도화하는 추세다. 공적 심사와 감독 없이 민간 사업자의 자체 판단만으로 금융 유사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용자는 거래소의 공지 외에는 위험 정보를 알기 어렵고 피해 발생 시 구조적 보상 장치도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를 방치하면 투자자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대표는 “상장폐지 사건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두 건 모두 법원에서 본안 판단 없이 가처분만 기각됐다”며 “가상자산 상장폐지 이후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거래가 종료된 뒤라 실익이 없고 법원 역시 아직 제도와 관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거래소의 다기능 집중 구조도 위험 요소라고 봤다. 그는 “증권시장은 발행, 거래, 예탁이 분리돼 있지만 가상자산은 거래소 한 곳에서 발행 유통 청산까지 모두 이뤄진다”며 “외부 견제 없이 거래소가 사실상 ‘시장 전체’를 통제하는 구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심사위원회라고 해도 외부 전문가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주체가 거래소인 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상장과 상폐 여부를 판단하는 외부 독립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인영 의원은 “가상자산이 점점 금융의 기능을 흡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과 상장폐지를 거래소 자율에만 맡기는 구조는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최소한의 공적 심사 기준과 절차적 투명성을 갖춘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정훈 기자

hoo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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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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