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캐나다 최대 산유지인 앨버타주에서 분리독립 추진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과 캐나다 병합 위협 속에서 주민들이 독립 추진을 거부하면서 국가 통합을 강조해온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됐다는 평가다. 독립 추진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캐나다달러도 강세를 보였다.
 | | 지난 19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에서 앨버타주의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비구속적 주민투표 결과를 지켜보던 캐나다 잔류 지지 단체 ‘포에버 캐나디안(Forever Canadian)’ 회원들이 캐나다 국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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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앨버타주 주민투표에서 개표가 상당 부분 진행된 가운데 약 76%가 캐나다 연방 잔류에 찬성했다. 향후 구속력 있는 독립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방안에 찬성한 비율은 약 24%에 그쳤다. 앨버타주에서 분리독립 문제를 놓고 주민투표가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투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주민투표로, 즉각적인 독립 여부가 아니라 향후 독립을 위한 후속 주민투표 절차에 착수할지를 묻는 것이었다.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도 잔류 의견이 우세했지만 실제 표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카니 총리는 결과 발표 후 성명을 통해 “앨버타 주민들은 분명한 선택을 했다”며 “그들은 단결하고 함께 미래를 건설하며 서로를 돌보는 길을 택했다”고 밝혔다. 앨버타주에서 성장한 카니 총리는 투표를 앞두고 현지를 찾아 캐나다의 결속을 호소해왔다.
이번 결과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 속에서 캐나다의 국가적 단합을 강조해온 카니 총리에게 정치적 성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발언을 거듭해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 1월 앨버타주를 언급하며 미국에 편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앨버타주는 하루 40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하는 캐나다 에너지 산업의 중심지다. 독립 지지자들은 앨버타가 창출한 석유·가스 산업의 부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되는 반면 연방정부의 환경 규제는 지역 경제를 제약한다고 주장해왔다.
 | |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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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 정부는 이런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 에너지 개발 정책을 조정해왔다. 특히 앨버타주와 협력해 서부 해안으로 연결되는 하루 100만배럴 규모의 신규 송유관 건설을 국가적 중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원유 생산 확대와 송유관·탄소포집 시설 등에 필요한 투자 규모가 1000억캐나다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분리독립 위험이 완화되자 금융시장도 반응했다. 캐나다달러는 이날 미국 달러 대비 장중 최대 0.55% 상승하며 약 4주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다. 다만 오는 28일 캐나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도 통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독립 추진안이 부결됐다고 분리주의 운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독립 지지 진영 일부는 주민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운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퀘벡주 선거에서도 분리독립을 지향하는 정당이 승리했지만, 독립 주민투표 추진에 필요한 의회 과반은 확보하지 못했다. 캐나다의 지역 갈등은 여전히 정치적 변수로 남아 있다.
카니 총리는 이번 투표로 국가 통합에 힘을 얻었지만, 앨버타의 에너지 산업 발전과 연방정부의 권한 배분을 둘러싼 불만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