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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씨앗 없는 온실

극초기 지원 약화에 생산적 금융 명분 흔들
시드 투자 2021년 13곳서 올해 2곳으로
디캠프 배치 6기, 프론트원 입주율 20% 그쳐

등록 2026-05-26 오후 11:13:02

수정 2026-05-27 오전 7: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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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6년 05월 26일 23시 13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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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은행권이 자주 꺼내는 말 중 하나는 생산적 금융이다. 담보와 이자 장사에 머무르지 않고 혁신 산업과 기업 성장에 돈이 흐르게 하겠다는 뜻이다. 이 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돈은 이미 검증된 곳만이 아니라 아직 검증받지 못한 곳에도 닿아야 한다.

(사진=산업은행)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는 그 약속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곳이었다. 디캠프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 프론트원은 아이디어만 갖고 이제 막 창업한 이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최근 이 프론트원 절반은 비어있다. 단순한 공실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디캠프의 지원 대상이 극초기 기업에서 기업가치 100억원 이상 성장단계 기업으로 이동하면서 공간의 역할과 실제 수요 사이에서 간극이 생겼다는 평가다.

사실 이 단계의 기업은 이미 자체 사무실을 갖췄거나 조직 규모가 커진 경우가 많다. 공간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팀에는 닿지 못하고, 정작 지원 대상으로 삼은 기업에는 효용이 떨어지는 미스매치가 생긴 셈이다.

투자 흐름도 달라졌다. 디캠프의 시드 투자는 2021년 13개에서 지난해 1개로 줄었고, 올해도 2개에 그쳤다. 반면 프리A와 시리즈A 이후 투자는 점차 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가치 4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시리즈B 기업에 대한 투자도 등장했다.

물론 성장 단계 기업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창업 생태계가 성숙한 만큼 성장 구간의 자금 공백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은행권 출연 재단의 역할까지 그 방향으로 옮겨가는 것이 맞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공익성을 가진 창업재단의 역할은 민간 자본이 쉽게 들어가지 않는 영역의 빈틈을 메우는 데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부족한 돈은 ‘처음 믿어주는 돈’이다. 매출도 지표도 후속투자 이력도 부족한 기업에 들어가는 자금이다. 실패 가능성이 높아 민간 자본이 쉽게 들어가지 않는 구간이다. 디캠프마저 검증된 기업으로 무게를 옮긴다면 은행권 출연 재단과 민간 벤처캐피털의 차이는 흐려진다.

최근 디캠프 내홍은 노조 결성, 내부 감사, 노동당국 신고로 번졌다. 표면에는 조직 운영 문제가 있지만, 그 밑에는 재단의 방향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전략 전환이 필요했다면 무엇을 선택하고 포기했는지, 이사회와 출연기관이 따져봤어야 한다.

생산적 금융은 이미 자란 기업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다. 아직 시장이 믿지 못한 기업을 먼저 믿는 일에 가깝다. 온실의 역할은 다 자란 나무를 들이는 데 있지 않다. 씨앗이 싹 틔울 시간을 벌어주는 데 있다. 디캠프가 다시 채워야 할 것은 프론트원의 빈 좌석만이 아니다. 은행권 창업재단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답이다.

원재연 기자

1jae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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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연 기자

1jae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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