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사모펀드를 최대주주로 둔 금융사들이 금융당국과 마찰음을 내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결국 PEF의 금융사 인수 자체가 구조적으로 막히는 국면 아니냐”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 롯데손해보험 사옥.(사진=롯데손해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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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격화된 갈등은 JKL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손해보험에서 나타났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롯데손보는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공시했으나 금융감독원은 이를 불허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의 보험금 지급여력비율이 15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며 자본건전성 훼손 가능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현재 별도의 증자나 자본확충 방안이 없는 상태로, 금감원은 유상증자 등 실질 조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모펀드 구조상 추가 출자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손보에 투자한 펀드는 이미 만기 구조에 진입했거나 대부분 투자금을 소진했기 때문에, 추가 증자나 자금 투입은 GP(운용사)의 판단만으로는 실행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원래부터 사모펀드가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였다”며 “금융업은 기본적으로 레버리지가 크고, 위기 시 대규모 증자가 필요한 구조인데 사모펀드 운용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역시 MBK파트너스 지배 하에서 비슷한 경로를 걷고 있다. 실적 정체와 함께 수차례 매각설이 돌며 조직 불안정성이 이어졌고, 지난해 말에는 UBS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재매각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카드업 경쟁 심화와 함께 MBK파트너스 자체에 대한 시장 신뢰도 하락으로 원매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MG손보의 사례는 보다 심각하다. 2020년 JC파트너스가 지분 95.5%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후에도 자본 확충과 정상화에 실패했고, 결국 202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며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현재는 청산 절차를 앞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MG손보 사례가 사모펀드의 금융사 보유 구조가 가진 위험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한 PEF 관계자는 “PEF는 명확한 엑시트 전략은 있지만, 구조조정이나 장기 보유가 필요한 금융업에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금융사와 같이 자본건전성을 실시간으로 유지해야 하는 산업은, 펀드 구조상 일정 시점 이후 자금 투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구조적 문제를 인정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사모펀드의 금융사 인수 자체가 제도적으로 막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금융사 운영에 적합하지 않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셈”이라며 “앞으로는 금융사 인수 심사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