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벤처투자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벤처기업 육성을 창조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 정책자금 투입을 늘린 덕이다. 최근 바이오벤처들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벤처투자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된 까닭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털(VC) 신규투자액은 2조858억원으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회수금 역시 7년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벤처투자시장 활성화의 수혜자가 돼야할 벤처기업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한다. VC들이 당장 돈이 될만한 기업에만 투자금을 몰아준다는 하소연이다. 정부가 모험적인 투자를 강조하면서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VC들은 모험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쫓고 있다는 지적이다.
VC들은 억울하다.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운용보수와 트랙레코드를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정책자금을 받아 투자하는 경우 운영보수가 1%대로 낮은데 투자 실패시 그마저도 삭감되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꺼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투자 실패로 기대수익률을 맞추지 못할 경우 트랙레코드(투자실적)에 남아 추후 해당 기관 자금을 따내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국내 벤처투자시장은 정책기관이 VC에 출자하면 각 VC들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형성돼있다. 민간투자가 활성화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정책자금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큰 기관에서 받아온 자금일수록 트랙레코드가 중요하다. 종종 작은 기관들이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참고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VC가 모험투자보다 수익률이라는 결과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 대규모 자금일수록 정책 의도와 달리 모험적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일정 수익률을 달성해야하는 기관 고충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벤처기업은 아직 완성된 기업이 아니다. 실패는 필수다. 벤처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자금이라면 더더욱 실패에 투자해야한다. 방만한 펀드 운영이나 판단 착오 때문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이뤄진 투자 실패라면 위탁운용사 선정시 플러스(+) 점수를 주면 어떨까.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수익률이 얘기하지 않는 투자스토리를 살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