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국민연금기금(이하 국민연금)이 한진가(家)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주주제안은 무리라는 입장을 내놨다. 아직 기금운용위원회 운영 개선을 위한 전문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아 주주제안은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3월 주총 문제기업 의결권 행사 ‘불투명’5일 보건복지부는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2020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국민연금 기금운용 관련 지침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의결한 기금운용 관련 지침 개정안은 지난 1월 29일 공포·시행된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반영하고 이에 따른 전문위원회 구성 및 운영방식 등 세부사항을 기금운용지침 등 제반 규정에 명시하는 내용이다.
조흥식 기금위 부위원장(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지침 개정을 통해 각 계를 대표하는 민간전문가들이 국민연금 기금운용 논의 과정에 상시 참여하고 독립적으로 판단·결정하게 된다”며 “기금운용의 주요 의사결정에 있어 가입자 대표성과 전문성이 모두 강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전문위원회 근거를 시행령에 명문화하고 △가입자 단체가 추천한 민간 전문가를 상근 전문위원으로 위촉하도록 했다. 전문위원회 법제화는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험관리·성과보상 전문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고 위원회별로 상근전문위원 3인, 민간전문가 3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3인으로 구성된 9명의 전문위원회 위원을 두도록 했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상근 3명·민간전문가 6명,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미포함)의 경우 민간전문가를 6명까지 두도록 했다. 아울러 전문위원회 위원 중 3명은 상근으로 위촉, 3명이 각각 3개 전문위원회 위원장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특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하는 안건은 위원회 안건으로 공식 부의하도록 해 기금위 위원의 권한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기금위 위원 3분의 1 이상 동의 시 회의 소집만 가능했다.
다만 아직은 전문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하지 않은 탓에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문제기업 의결권 행사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주주제안의 경우 상법상 전년도 정기 주주총회로부터 6주 전까지 이사회에 통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진칼 주주총회는 3월 24일로 예상되는데 주주제안 마감 시한은 6주 전인 2월 13일까지다.
조 부위원장은 “문제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기에는 시간적으로 촉박하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전문위원회 위원 위촉 등 구성을 마무리하고 전문위원회가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민 의견 고려해 한진칼 의결권 행사”논란이 되는 한진가 경영권 분쟁의 의결권 행사 향방은 국민의 견해를 충분히 반영해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권 향배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재 조 회장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의 지지를, 조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건설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의 의결권 유효지분과 격차는 1.4%포인트 수준이다. 작년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3.45%로 전해진다.
조 부위원장은 “한 기금위원이 문제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 대해 의견을 제기한 상태”라며 “향후 기금위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 다음 기금위 안건으로는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별기업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며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 향방을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부위원장은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관심이 큰 사안이므로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한다”면서 “물론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나 사회투자에 대한 책임도 있다. 국민이 바라보는 관점을 더욱 받아들여 좋은 방향으로 발전됐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