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산업은행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에 대한 실사 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외부 공식문서에 ‘파산(Bankruptcy)’이란 단어를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게다가 법정관리 신청 이전부터 별도의 자산양수도 계약 없이 한진해운의 고객 정보를 아직은 경쟁상태에 있는 현대상선에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21일 현대상선 고객들에게 보낸 레터(letter)에서 “우리는 한진해운의 파산에 따른 심각한 글로벌 물류대란이 일어난 기간 동안 한국 정부와 협력해 현대상선이 한국 국적선사로서 물류 대란을 경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고객에게 믿을 수 있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라고 썼다. 파산이란 단어는 이 레터에서 2번 언급됐다.
한진해운은 현재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로 회계법인으로부터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실사를 받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주식이 거래되고 있는 등 아직 기업 실체가 있는 상태로 파산(Bankruptcy)이 아니라 법정관리를 뜻하는 ‘legal management’나 ‘receivership’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 정확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진해운의 한 직원은 “산업은행은 파산이 확정되기도 전에 파산이란 단어를 외국인 화주들에게 사용했다”며 “한진해운 직원들은 선장이 포기한 배에서 일말의 회생 가능성만을 믿고 잔여 업무를 하고 있는데 우리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 산업은행과 현대상선이 별도의 자산양수도 계약 없이 한진해운의 고객 정보를 현대상선에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시장 지배적 지위의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거나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부당하게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더라도 기업 실체가 있고 주주가 있는 이상 일종의 기업 내 무형자산인 고객 정보를 별다른 대가 없이 넘기는 것은 위법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견해도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일반적인 시장 경쟁이 이뤄지는 상태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류대란 해결 차원에서 산업은행이 500억원의 하역자금을 지원했고 그에 필요한 화주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견해다. 해운업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물류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화주 정보라면 긴급하게 벌어진 사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채권단이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정부, 현대상선은 물류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화주 정보를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니라 현대상선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화주 정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 경쟁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 | △산업은행은 지난 21일 현대상선 고객들에게 레터를 보내 ‘한진해운 파산’을 언급하고 “현대상선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한다”고 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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