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조선·해운社 비우량채권 위험해요"…금융당국의 뒷북 경고
소비자보호 담당하는 금감원, 개인투자자 거래 몰려도 '소극 행정'
금융위 "全 증권사 투자위험 안내하고 금감원은 보도자료 내라" 경고
등록 2016-05-18 오후 3:03:24
수정 2016-05-18 오후 4:13:21
[이데일리 김도년 송이라 기자] 조선·해운사 등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비우량 회사채 거래 흐름을 지켜보던 금융위원회가 뒤늦게 메가폰을 잡았다. 채권시장내 투기성 거래나 불완전판매에 대한 감독, 소비자 보호는 금융감독원의 몫이지만 금감원의 소극적 태도에 금융위가 직접 경고에 나선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 17일 모든 증권사 홈페이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상장채권 투자자 유의사항을 공지하라고 주문했다. 최근 일부 해운사 등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해당 기업 상장채권에 대한 투자주의가 요구된다는 내용이다. 금감원에도 투자자 유의사항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하게끔 했다.
이에 따라 18일 금감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원금손실 △유동성 △투자금 회수 지연 등이 투자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부실 기업의 증권신고서에 대한 공시심사 강화, 허위사실 유포 등 불공정거래 징후 등을 신속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지난 16일 금감원 관계자들을 만나 개인투자자들의 비우량 회사채 거래 현황을 보고 받고 대응 방침을 논의한 결과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각각 ‘B-’와 ‘D’로 투기등급(BB+ 이하)이지만 올 들어 이 두 기업 회사채의 개인 순매수 규모는 300억원에 이른다. 정부와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이 시작된 만큼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수익률이 높은 투기등급 회사채에 개미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회사채는 총 2400억원 규모로 전체 발행잔액의 20%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의 비우량 채권 거래는 투자자들끼리 거래하는 유통시장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불완전판매 위험은 낮다고 보고 있다. 과거 동양 사태에선 자금줄이 막힌 동양그룹이 기업어음(CP)을 발행해 개인투자자에게 투자 위험을 속여 팔아서 일어난 일이고 부실 저축은행 사태에서도 후순위채를 발행해 개인들에게 파는 등 주로 발행시장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이번 비우량 회사채 거래는 부실 기업이 개인들의 호주머니에 기대 직접 자금조달에 나선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위험은 낮다고 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동양 사태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 기업의 투자 현황을 시장에 알려나가는 등 소극 행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정부가 제대로 구조조정을 할 생각이 있다면 대우조선해양까지는 개인투자자 비중을 공개하는 게 맞다”며 “물론 개인 회사채는 두텁게 투자자 보호를 하고 있지만 판매 과정에서 위험고지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공개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이 임박한 기업에 어떤 유형의 투자자들이 몰리는지는 공시정보로서 가치가 있고 현재 투기 세력이 몰리는 현상에 대해 미스터리 쇼핑도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부터 20여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비우량 회사채 투자 실태조사를 했지만, 관련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자료 공개에 소극적인 이유는 조사한 데이터 자체가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한다.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에도 투기적 매수세가 몰리고 있지만 금감원은 대우조선 관련 개인투자자 투자 실태는 조사를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에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만 조사했을 뿐 대우조선 등은 조사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