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은 산업의 허리다. 국가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중견기업의 ‘오늘’을 들여다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이데일리의 기획 ‘중견기업 issue+’는 중견기업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업환경, 지배환경 및 후계구도, 재무적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견기업이 내일의 100년을 달리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또 하나의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해방이 되고 잃었던 말과 글을 되찾았으나 잉크와 종이가 부족했다.” 고(故) 한정대 창업주의 창업 동기는 어쩌면 단순했다.
1945년 12월 ‘대한오브세트잉크’(1952년 8월 대한잉크조선공사로 법인 전환)로 출발한 노루그룹은 국내 페인트, 잉크, 수지, 플라스틱 등의 사업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정밀화학그룹으로 성장했다. 계열사 수만 해도 노루홀딩스, 노루페인트, 노루케미칼, 아이피케이 등 총 37개사(국내 19개·해외 18개)에 달한다.
‘고희(古稀)’를 향해 달려가는 노루그룹은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어느덧 ‘2대 경영 체제’가 자리잡았다. 2006년에는 노루페인트의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일면 창업주 2세들의 분가(分家) 구도와도 무관치 않다.
노루그룹의 적통은 한영재(58) 회장이 이어받았다.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1988년 사장, 2000년 회장에 오른 한 회장은 도료(페인트)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지주회사 계열의 정점에 있다. 노루홀딩스의 38.4%나 되는 개인 지분을 소유한 최대주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창업주의 3남5녀 중 다른 2세들은 노루그룹이란 한 지붕 아래 살고는 있지만, 지주회사의 울타리를 벗어난 상당수 계열을 이끌며 나름 독자적인 입지를 갖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창업주 3남인 한진수(56) 대한잉크 회장과 장녀 한현숙(64) 디아이티 대표가 꼽힌다.
이 같은 밑그림이 그려지기 까지는 적지않는 분사 과정을 거쳤다. 아울러 계열 관계사들과 오너 일가간의 거래도 한 몫 했다. 2011년 12월 노루케미칼이 보유하던 대한잉크 지분 40%와 한진수 회장 소유의 부동산 교환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노루케미칼은 60억원에 달하는 처분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반면 한진수 회장은 지분 60%를 소유하던 대한잉크를 100% 개인기업으로 만들었다.
노루그룹의 ‘3대 경영’은 아직은 먼 일이다. 한영재 회장의 장남은 현재 대학생 신분으로 뚜렷한 경영 및 지분 승계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3대 경영시대’가 열릴 때쯤 2대들의 실질적 분가 과정을 거친 노루그룹의 변화에 시선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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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팀=신성우 부장·김세형 차장·유재희·임명규·민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