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출자전환(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빚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 기업에 해당 업종을 모르는 사람을 최고경영자(CEO) 또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내려보내면 회사가 망가집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금융권 CEO는 5조원대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가 가능했던 이유중 하나로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잘못을 꼬집었다. 출자전환기업을 관리·감독해야할 사람을 기용하는데 있어 매뉴얼 조차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산은은 대우조선 대주주로 올라선 2009년 이후 관례처럼 부행장 출신을 CFO로 임명해왔다. 이중 2012년부터 3년간 재직한 전직 CFO는 고재호 전 사장이 연임을 위해 해양플랜트 건조 등 사업에서 생긴 손실을 감추는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산은은 대우조선뿐 아니라 130여 곳이 넘는 출자전환 기업을 직·간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부실규모가 크거나 특별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산은 직원들로 구성된 관리단을 파견해 재무 등 경영 전반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업종 전문지식과 경험이 전무한 직원들이 CFO를 맡다보니 회사 기업가치 향상에 되레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재무적 수치만으로는 해당 업종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고 전 사장이 의도적으로 손실을 감추기 급급했을 당시 전직 CFO가 해양플랜트산업을 이해했다면 수 조원의 분식회계를 적발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출자전환 기업 CEO 선임에 산은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구조가 관례화돼 있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해당 기업 정상화을 위한 전문경영인보다는 대주주인 산은 눈치를 보는 비전문 CEO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낼 수 있다.
결국 제2의 대우조선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선 출자전환기업 관리 매뉴얼을 속히 재정비해야 한다. 대주주로서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기 위해 산은이 보유한 출자전환 지분에 대한 권리가 어디까지인가를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한다. 산은과 이해관계가 없는 제3의 인물을 CEO 또는 CFO로 선임하기 위해 바이아웃(경영권 거래) 사모투자펀드(PEF)의 전문경영인 풀(pool)을 벤치마크할 필요도 있다. 보다 적극적인 매뉴얼 마련을 통해 출자전환에 따른 부실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선제적 기업 구조조정 해법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