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은 산업의 허리다. 국가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중견기업의 ‘오늘’을 들여다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이데일리의 기획 ‘중견기업 issue+’는 중견기업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업환경, 지배환경 및 후계구도, 재무적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견기업이 내일의 100년을 달리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또 하나의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대학 교수의 길을 걷고자 했던 한 청년은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1965년 서울대 사범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자마자 학원 강사로 뛰어들었다. 유학 비용을 벌기 위해서였다. 짧은 기간 목돈을 만들어야 했던 탓에 하루 10시간씩 몸을 사리지 않고 강의를 했다.
명강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때쯤 탈이 났다. 무리하게 강의를 하다보니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유학을 포기했다. 학원도 그만 뒀다. 이 청년은 요양 생활 틈틈이 학원 강의 경험을 담은 수학 교재를 집필했다. 결과는 ‘대히트’였다.
천재교육을 대표하는 ‘해법수학’은 이렇게 탄생했다. ‘해법수학의 아버지’ 최용준(69·
사진) 천재교육 회장은 요즘에도 수학 교재를 직접 집필하는 등 교육 콘텐츠에 대해 식지 않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천재교육이 교과서 시장점유율 31.4%, 초중고 참고서시장 60%의 탄탄한 입지를 갖출 수 있었던 초석이다.
1981년 10월초 ‘도서출판 천재교육’(1986년 천재교육으로 법인 전환)으로 작은 발걸음을 내딛은 지 어느덧 30여년. 천재교육은 연간 3800여종에 이르는 아동·초·중·고교 학습 교재를 발간하고 있다. 1999년 310억원 정도였던 매출 규모는 지난해 2370억으로 7배나 불어났다.
천재교육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사업 분야도 교과서, 학습 교재, 인쇄, 프랜차이즈, 멀티미디어 교육 콘텐츠, 온라인 교육 사업 등으로 전문화 해 천재문화, 프린피아, 천재교과서, 천재상사, 해법에듀, 천재미디어, 다넷미디어, 유신당씨앤씨, 에스엘바인텍 등의 계열·관계회사를 둔 우리나라의 대표 교육·출판 전문그룹으로 성장했다.
최 회장이 천재교육을 이끈지도 한 세대가 흘렀다. 올해 말을 기점으로 천재교육에도 경영상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심에는 최 회장의 외아들 정민(41) 씨가 있다. 피부과병원 원장으로 의사의 길을 걷던 정민 씨가 최근 천재교육 경영기획본부장을 맡아 경영 현장에 뛰어들었다.
최 본부장에게 기업을 대물림하기 위해 천재교육의 계열 확장 과정에서 일찌감치 땅 고르기 작업이 진행돼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종이를 수입해 천재교육 등에 공급하는 천재상사(이하 최 본부장 소유지분 60%), 자체 인쇄업체인 프린피아(41%), 공부방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는 해법에듀(90%)는 정민 씨의 재산 증식을 위한 화수분이다.
최 본부장은 이제 ‘2대 경영자’로서 자질을 평가받기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 2004년 미국 유학 당시 체험기를 담은 저서 ‘Dr. MBA’에서 경영 현장에 임한 최 본부장의 포부를 읽을 수 있다.
“초등학교 때 회사를 창업해서 운영, 발전시키는 아버지를 보면서 최고경영자(CEO)의 역할과 역경, 고민, 성취, 보람 등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고 나도 그런 성취를 맛보고 싶었다. 시간관리까지 해가며 MBA 공부를 하게 됐던 이유는 10년 이상의 시간 동안 마음 속에 훌륭한 CEO라는 자화상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기획팀=신성우 부장·김세형 차장·유재희·임명규·김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