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역지사지(易地思之). 맹자(孟子) 이루(굒婁)편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유래한 말이다. 상대 처지에서 생각해 보자`는 뜻을 담고 있다.
IB마다 `고객사랑`을 외친다. 고객 처지에서 생각하면 배려가 생기고, 배려는 신뢰를 만든다. 이를 통해 IB들은 생존의 길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답답해한다. 분명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고 뛰는 데도 고객들은 제 잇속만 챙긴다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IB와 고객의 간극은 더욱 벌어지고 종국에는 좋지 않은 인연으로 끝을 맺는다.
2006년 2월15일. 미래에셋증권이 증시에 상장됐다. 회사의 상장을 남다른 의미로 지켜보던 이가 있다. 이구범 현 미래에셋증권 투자금융사업부 대표다. 이 대표는 당시 상장을 총괄 하는 업무를 맡았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
그는 “회사를 상장시키면서 발행사 입장에 서 있다 보니 마음에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대주주가 어떤 부분을 중요시 여기는 지, 발행사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다”고 소회했다. 그동안 막연하게 느꼈던 발행사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을 얻었다.
뒷배경 없이 일궈낸 성과 IB들이 고객중심을 실천한다고 하지만 좌절한다. 오히려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다. 어찌 보면 실제로는 심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교감을 하지 못한 결과물이다. 다른 IB들이 지금도 시행착오를 겪는 사이 25년간 IB에 몸 담아온 이 대표가 얻은 무형의 자산은 이제 미래에셋증권만이 갖는 경쟁력이 됐다.
 | | ▲ 이구범 미래에셋증권 투자금융사업부 대표(사진: 한대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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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현대위아(공모금액 5200억 원)와 일진머티리얼즈(1858억 원) 등 대형 딜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이데일리 ECM리그테이블의 1위를 차지했다. 은행이나 제조업 계열사를 배경으로 가지고 있는 증권사들에게 계열사들의 물량 밀어 주기가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는 가운데 그러한 뒷배경 하나 없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이 대표에게 대어급 IPO딜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비결을 묻자 예의 “겪어보니깐 알겠더라”란 말이 돌아왔다. 이어 “당시 발행사 입장에 있던 경험을 IPO 주관업무에 접목했다. 원하는 바를 알고 진정성을 가지고 발행사에게 접근했더니 발행사들이 만족감을 표시했다” 고 말했다.
때로는 고객중심 철학이 당장 실현 가능한 이익을 차버리곤 한다. 그는 최근 올해 상장예정이었던 A기업의 상장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여건이 안돼서가 아니다. 이유는 이 기업의 올해 실적 이 더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난 2년이라는 오랜 준비기간을 거쳤지만 회사의 더 큰 이익을 위해 상장일정을 조금 더 미루기로 한 것이다.
이 대표는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시시각각 변하고, 그에 따라 수익을 내는 시점도 그렇지 못한 시점도 달라진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행사가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하고, 기업금융 측면의 서포트를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눈앞의 실적에만 연연해하지 않고 오로지 발행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디마케팅`이다.
발행사를 위한 과감한 디마케팅 지난 2008년 상장한 B업체의 경우 당시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주식 시장이 침체되자 그는 과감하게 상장연기를 권유했다. 하지만 이미 발행사는 주주와 약속을 한 상황이었고 상장을 미루기는 힘들었다. 결국 30%였던 공모 규모를 5%로 최소화하는 차선책을 택했다. 이 대표는 “상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장은 한번밖에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상장으로 조달하지 못하는 자금에 대해 상장 이후 잔액인수방식으로 증자까지 해주겠다고 최대주주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결국 B회사는 6개월 뒤 원래 원했던 가격으로 유상증자를 했다. 상장도, 자금조달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셈이다.
이 대표는 인터뷰 내내 줄곧 미래에셋증권이 `고객만족`과 `디테일`이 강한 증권사임을 강조했다. 그는 “그것이야말로 기댈 곳 없는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서비스를 받은 고객의 입소문을 통해 주관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보니 다른 어떤 기준보다 서비스 질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벨류에이션`은 그가 생각하는 서비스의 또 다른 연장선이다. 그 어느 것보다 세밀하고 주의 깊게 살펴보는 부분이다. 이 대표는 IPO기업의 벨류에이션을 `아트(Art)`라고 정의내렸다.
이 대표는“최근 증권사들이 일반적으로 행하고 있는 벨류에이션은 단순 컬큐레이션(Calculation)에 불과하다”면서 “벨류에이션을 결정할 때는 회사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이 담겨 있어야 하기 때문에 프라이싱은 아트(Art)다”고 말했다. 벨류에이션에는 그 회사가 지니고 있는 DNA와 경영자의 자질, 철학 등 이 모두 반영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프라이싱을 재무제표로 만 가지고 이야기하면 답답해진다”면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비슷한 업종을 늘어놓고 주당순이익을 적용하는 기계적이고 상투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1~2년의 주당순이익 만 두고 기업을 맞비교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유사기업을 선정하거나 공 모시장 분위기 등을 고려해 상장일정을 정할 때 세심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디테일에 강하다”고 평가했다.
이제는 해외로 뻗는다 물론 그 조차도 금융당국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의 고려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거래소와 금감원의 기준도 존중하고 투자자도 보호하면서 기업의 자금조달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를 코디네이션 하는 게 바로 주관사의 역할이자, 미래 에셋증권이 타 증권사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IB는 이러한 능력을 극대화시켜 향후 2~3년 안에 연간 2000억 원 이상의 수익과 회사 전체 수익의 20% 점유를 목표로 설정했다. 해외사업부문도 크게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홍콩과 베트남, 브라질에 진출해 있다. 베트남의 경우 외국계 종합증권사로는 최초로 국영 건설사인 비나인콘 (Vinaincon)의 IPO 주관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해외네트워 크의 기본적인 기반은 마련된 상태로 본격적인 매출 및 수익 창출을 기대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해외사업의 경우 2020년 영업이익 중 30% 이상을 해외에서 발생시키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이다.
`고객만족(苦客滿足), 발로 뛰겠소`라는 광고 카피문구가 있다. 기댈 곳 없는 미래에셋증권에게 발(足)만큼 믿을만한 것도 없었다. 이 대표는 “그저 발로 열 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이 직접 몸소 부딪쳐 본 경험이 없었다면 고객의 입장을 이해하기도, 발행사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들의 진정성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3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3호 마켓in은 2011년 5월2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