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우리도 건설사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6일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금융중심의 기업집단(미래에셋·한국투자금융)을 제외한 제조업 중심의 기업집단 36개 중 건설사를 보유한 곳은 26개에 달한다.
LG, 현대처럼 과거 건설회사를 보유하고 있다가 계열 분리시킨 곳도 있고, 건설사는 없지만 쌍용건설 인수를 시도했던 동국제강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대부분이 건설사와 직간접적 인연을 맺고 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건설회사에 이토록 열광할까. 이광수 한화증권 건설담당 애널리스트는 "건설사는 반도체나 에너지 등 첨단사업과 달리 설비투자비가 적게 들고, 그룹 물량 수주를 바탕으로 확장이 용이하기 때문에 시장진입 문턱이 낮은 업종"이라며 "업황만 좋으면 회사를 금방 성장시킬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국토개발, 중동건설붐과 건설특수(特需) 등을 경험해온 창업주 세대들에게 건설산업은 먹거리가 많은 곳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앞다퉈 건설사 보유에 열을 올렸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대기업 경영이 2세, 3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보다 손쉬운 후계구도 를 만들거나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줄(Cash Cow) 역할을 위해 건설사를 활용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최근 유동성 위기설이 증폭됐던 STX(011810)건설은 상속 수단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STX건설은 2005년 STX엔파코(현 STX메탈)의 건설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분할 당시에는 포스인터내셔날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곧바로 유상증자를 통해 강덕수 회장(25%)과 그의 두 딸인 강정연(25%) 경림(25%)씨 등 오너일가가 지분 75%를 소유한 회사로 변모했다. 포스인터내셔날을 합병한 포스텍이 현재 나머지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는데, 포스텍은 강 회장이 지분 69%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따라서 STX건설 역시 강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강 회장의 사재 출연과 계열사들의 우회 지원에 힘입어 유동성을 보강하고 있는 STX건설이 이번 위기를 잘 넘긴다면 향후 지배구조 상 의미있는 계열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STX그룹은 강 회장이 포스텍을 통해 지주회사격인 STX와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도이다. 따라서 포스텍과 STX건설을 향후 합병한다면, 강 회장의 자녀들이 단숨에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포스텍의 주요주주가 되면서 후계승계를 비교적 손쉽게 완성할 수 있다.
현대차(005380)그룹의 건설사 현대엠코도 설립 당시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였던 글로비스(086280)가 100% 출자한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25.06%를 확보하며 지배기반을 다졌다. 엠코는 현대차계열 관련 거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면서 성장, 배당을 통해 정 부회장에게 현금을 마련해주는 한편 최근 인수한 현대건설(000720)과의 합병 가능성으로 향후 지배구조 변화에서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3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3호 마켓in은 2011년 5월2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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