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본시장에서 친환경 투자가 주목받는 가운데 대형 엔터테인먼트들이 본격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나선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이 업계에 선순환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큰 손 투자자들은 오랜 기간 비판받은 지배구조를 개편함으로써 투명한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 투자 매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스엠(041510)과
JYP Ent.(035900)(JYP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연예 매니지먼트사들이 ESG 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에스엠은 ESG 경영전략을 이행하고 각 사업과 연계한 ESG 활동을 추진하기 위한 ‘ESG 실무협의체’를 구성한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JYP엔터테인먼트도 업계 최초로 K-RE100을 이행해 지난 16일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받았다.
K-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캠페인 RE100의 한국형 방식이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1년 치 전력 사용량에 달하는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구매해 K-RE100을 이행했다.
이처럼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속속히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ESG가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석탄 배출 문제가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국내외 자본시장에서도 이제 ESG가 주요 투자 평가 항목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ESG 활동에 소홀했던 엔터 업계에서 ESG 경영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국내 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ESG 경영이 MZ세대 등 젊은층으로부터 호응을 얻으면 수익으로 돌아오는 등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소셜 측면에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기관투자자들이 에스엠 지분을 확대해나가는 것과 관련, ESG 투자 기조와는 뚜렷한 상관관계는 없다는 반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9일 에스엠 주식 15만7161주(110억원 규모)를 사들이면서 주식 보유 비중을 기존 6.16%에서 6.81%로 늘렸다. 대부분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엔터사들이 ESG 경영 행보를 나서는 것보다 ‘거버넌스(governance)’에 초점을 맞춰 경영체계를 개선해나가는 방향이 투자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를 갖춘 대형 엔터테인먼트들은 높은 성과를 내도 거버넌스 측면에서 투명성과 독립성 문제를 지적받았다. 이에 대해 연기금 관계자는 “투자 대상 기업이 ESG에 관심을 두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거버넌스와 관련해 장기적으로 소액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후계 시스템 등이 잘 갖춰져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환경보다 윤리경영을 강화하는 수익모델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며 “회사 설립자가 독단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제대로 된 이사회를 갖추는 것이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ESG와의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며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뜻하는 개념인 ESG는 아직 생소한 느낌”이라며 “대외적인 이미지가 중요한 엔터 업계에서 ESG를 보여주기식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협력사들과 연계한 대규모 활동 등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