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역대 공인회계사회 회장의 `연봉 분식`
등록 2016-10-20 오전 10:49:06
수정 2016-10-20 오전 10:49:06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분식회계란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숫자로 하는 기업의 거짓말이다. 손실이 나도 감추고 돈을 벌어도 못 벌었다고 회계장부에 기록하는 것이다. 이를 바로 잡는 시장경제의 파수꾼인 회계사를 ‘공인(公認)’이라 일컫는 것은 회계 전문가로서의 법적 자격을 주는 동시에 시장의 꼬임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높은 도덕성도 겸비하라는 사회의 요청이기도 하다.
1만8000여 회계사들의 수장인 한국공인회계사회 전·현직 회장들은 그동안 일선 회계사들이 기업 분식회계나 미공개정보 유출로 인한 불공정거래에 연루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도덕성을 이야기했다. 자신 또한 무보수 봉사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감사보수를 현실화하고 기업과 감사인 간 갑을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를 혁파하는 데 앞장서기 위해서는 회계사회 회장 스스로 떳떳해야 한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무보수로 회계사회 회장직을 2년이나 유지할 수 있을까?’ 의문은 들었지만 그냥 믿었다. 회계사회가 회원들과 전 국민이 보는 앞에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감사 결과는 달랐다. 금융위에 따르면 회계사회는 2013~2015 회계연도에 연간 1억여원을 무보수직 비상근 회장의 업무추진비로 편성하고 매달 세전 800여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2014 회계연도부터는 업무추진비가 있는데도 대외활동비를 신설하고 별다른 증빙 없이 매달 1800여만원을 회장에게 지급했다. 임원용 차량은 휴가나 공휴일에도 반납되지 않고 불분명한 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금융위는 이런 사실을 근거로 회계사회에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조선·건설사들이 판매관리비로 들어가야 할 항목을 공사원가로 잡아 공사진행률(실제투입원가/총예정원가)을 부풀리면 분식회계가 된다. 경제적 실질로는 급여임에도 이를 업무추진비, 대외활동비 명목으로 회계처리 하는 것도 넓게 보면 분식회계일 수 있다. 이런 일이 소규모 비상장기업이나 중국기업도 아니고 공인회계사회 회장의 급여계정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젊은 회계사들의 연봉은 10여년 째 오르지 않고 있다. 일 좀 배운 회계사들은 불투명한 미래를 뒤로한 채 회계법인을 떠나고 있다. 파트너와 신참 회계사만 남아 모래시계형 조직 구조로 바뀌고 있는 회계법인. 이런 조직에 높은 감사품질을 요구할 수 있을까. 회계업계의 젊고 유능한 자산들이 유출되는 현실을 보면서도 제 몫만 챙기려는 못난 선임자들의 책임이 가볍다할 수 없다.
감사 일감 저가 수임 경쟁에 나서 스스로 을이 되길 선택한 회계법인 고문단. 회원들의 회비로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무보수라 이야기해 온 회계사회 수장들. 지난 3년간 벌어진 일을 이제서야 징계한 금융당국.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을 바로 세우고 싶다면 공인회계사회도 금융투자협회나 저축은행중앙회처럼 금융감독원의 정기적인 검사를 받게 해야 한다. 이들의 도덕성만 믿어주기에는 이미 선(線)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