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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IB는 씨 뿌려 忍耐하는 일…원칙은 共生”

[마켓in이 만난 이 사람]정태영 대우증권 IB사업부장 전무

등록 2011-02-09 오전 11:39:21

수정 2011-02-09 오전 11: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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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IB는 씨를 뿌린 뒤 인내하는 일입니다. 이제 성과가 나타나고 있죠. 올해는 IB 전 부문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절대적인 지위를 확보할 겁니다. 하지만 그 방식은 다른 경쟁사와 무한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국내 IB가 함께 커 나갈 수 있는 공생이 될 것입니다.”

대우그룹 몰락 후 고만고만한 국내 대형사로 머물렀던 대우증권의 최근 성장세가 놀랍다. 리테일, 법인영업, 리서치는 물론이고 천덕꾸러기였던 IB마저 치고 올라왔다. 지난해 가장 눈에 띄었던 국내 IB하우스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대우증권을 꼽는 이도 상당할 정도다.

삼성생명 기업공개(IPO)에는 끼지 못했으나 대한생명 상장주관을 깔끔히 해냈고, 블록딜에서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두산중공업 딜을 처리했다. 우리금융지주 매각 주관사에 선정되는 등 그동안 가뭄에 콩나듯 수행하던 M&A 자문시장에도 자주 얼굴을 내비쳤다.

달라지고 있는 위상의 중심에 정태영 IB사업부장(전무)이 있다. 국내 초기 IB파트라 할 수 있는 주식공모부로 IB와 인연을 맺은 뒤 1년여간 떠났다 2009년 6월부터 대우증권 IB하우스를 이끌고 있는 그를 만나 그간의 성과와 올해 포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비결은 전문화 그리고 사람

“대우증권 IB사업부 역시 2008년 금융·경제위기 파고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IB는 자체 포지션 사업을 할 수 없게 됐지만 당시는 수수료 사업과 포지션 사업이 혼재해 있었기 때문에 포지션에서 손실을 내면서 IB사업부도 적자를 면치 못했죠.”

그러던 것이 2009년 400억원으로 순이익을 낸 데 이어 지난해 650억원까지 치솟았다. 50%를 넘는 신장세를 거뒀다. 삼성생명 IPO에는 빠졌으나 최초의 생명보험 상장사였던 동양생명 주관을 필두로 대한생명과 두산엔진 등 굵직굵직한 IPO 딜을 수행했다. 증자 역시 한진해운 단독 주관을 비롯해 1000억원 규모 대형딜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블록세일에서는 테마섹의 하나금융지주 지분 블록딜이 해외에서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1위였다.

“IB는 보통 씨를 뿌리는 사업이라고들 합니다. 최소한 2년이 지나야 본격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죠. 이제 슬슬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대우증권 IB가 최근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크게 전문화와 이를 실행할 인력투자였다. 정 사업부장은 2008년 에쿼티 파생본부장으로 잠시 외도하기전 IB조직 기획업무를 맡았다.

기존 대우 IB조직은 상품에 중점을 뒀으나 2008년부터 RM과 PM 조직이 도입됐다. 그의 기획안이 채택된 것. 이는 딜 소싱과 딜 진행을 분리해 딜의 완결성을 높였고, 결국 지난해 눈에 띄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말 조직개편에서는 RM과 PM의 분리가 IB사업부에 전면적으로 도입됐다.

딜 소싱 등 영업을 담당하는 즉, RM업무를 맡은 커버리지본부를 1, 2본부로 나누는 한편 IPO부도 커버리지본부로 이동시켜 영업력을 높였다. 딜을 메이킹하는 ECM과 DCM도 각각 2개 부서로 쪼갰다.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에서 모든 상품에 대해 RM과 PM으로 나눴습니다. 지난 2008년에 도입했던 RM과 PM 분리를 점차 확대해 가는 과정이며, 한편으로는 IB업무의 전문화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대우증권 IB사업부의 인력 구성 역시 최근에 큰 변화가 생겼다. 현재 인력은 150명 가량. 10년 이상 대우증권에서 성장해온 직원이 3분의 2, 나머지는 외부에서 왔거나 대우증권에서 커온 지 10년 미만으로 사고력이 유연한 인력들이다. “IB는 기본적으로 사람 장사 아닙니까”라고 반문하는 그의 얼굴에서는 여유가 묻어 났다.

아시아 Top-tier IB를 향해

최근 2년간은 좋았지만 앞으로 더 큰 도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초 산은지주와 대우증권은 2020년을 향한 장기 비전을 마련했다. 대우증권은 중기 비전으로서 `2015년 아시아 Top-tier IB 하우스`를 제시했다. 지난해 성과에 힘입어 목표 시기는 현재 2013년으로 앞당겨졌다. 부문별로 아시아권에서 몇 위에 들어야 이 목표가 달성되는 지도 정했다.

올해 화두는 국내에서의 확고한 지위 확보, 해외 비지니스 확대, 산은금융그룹과의 시너지 확대다. 그는 우선 “올해 산업별 전문가인 담당 RM이 섹터에서 예상되는 딜 리스트를 작성, 선제적인 영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IB 전 부문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절대적인 지위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산업은행과는 RM조직을 통합운영해 공동마케팅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한진해운이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시 한진해운은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증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분율도 고려해야 했다. 결국 산업은행이 증자 참여 자금용 대출을 해주고, 대우는 증자 성공을 위해 잔액인수를 해줬다.

그는 특히 올해 해외 시장 진출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아시아 선두권이 되려면 해외 비중 확대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올해는 아시아퍼시픽헤드쿼터(APHQ)로 명명된 홍콩법인을 통해 홍콩과 중국 현지 딜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20∼30%의 점유율을 차지해도 순위에서는 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IB사업부 영업이익은 700억원을 목표하고 있고, 해외에서 15%를 달성할 계획입니다. 작년에는 해외 비중이 5∼6%에 불과했죠. 앞으로 50대 50까지 해외 포지션을 키워 나갈 겁니다.”

 
“IB, 승자독식 지양해야”

국내 증권사 치고 IB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곳이 없다. 국내 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과당경쟁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정 사업부장은 생각이 다르다. “시장논리에 맡기면 곪아서 터질 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피해자는 투자자가 될 것입니다. 결국 투자자 입에서 악소리 날 때가 돼서야 경쟁을 멈추겠죠. 이런 면에서 선제적인 규제와 강제가 필요합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IB 자체적으로 `승자 독식` 의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는 단독 딜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아무리 수수료를 많이 받더라도 중형사, 소형사와 인수단을 구성해서 이익을 공유해 왔습니다.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경험을 나눠가져야 하고, 이것이 업계가 장기적으로 발전하는 길이기도 하죠.”

고객과의 공생이 IB의 기본자세라는 점도 강조했다. “금융위기를 보면서 고객을 왕창 벗겨먹고 자신들은 성과급을 받는 게 좋은 것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기업과 투자자가 안 좋은 결과를 보게 되는 딜은 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입니다. 저희 내부 심사에서도 이 같은 기준을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외국계 IB에 M&A딜을 주는 것이 당연시되는 풍토를 지적하면서 “딜이 잘못 됐을 때 국내 IB는 면책조건으로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고객들도 국내 IB의 성장을 위한 지원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마쳤다.

◇정태영 전무 약력

▲62년 부산생 ▲동래고, 서울대 경영학 학사 ▲고려대 경영학 석사 ▲85년 대우증권 입사 ▲97년 헝가리대우은행 이사 ▲2000년 우즈벡대우은행 행장 ▲2002년 대우증권 국제영업부장 ▲2003년 대우증권 국제금융부장 ▲2008년 대우증권 에쿼티 파생본부장 ▲2009년 ∼ 현재 대우증권 IB사업부장 전무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2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2호 마켓in은 2011년 2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김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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