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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꿈, 환상 그리고 착각
은행지주사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②
등록 2011-02-09 오전 11:36:07
수정 2011-03-13 오전 10:17:32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2003년 카드사태가 벌어졌던 당시를 돌이켜 보자. 당시 카드업계는 부자격자에게 카드를 남발한 결과, 은행계 카드사나 전업계 카드사 모두 막대한 부실을 안고 있었다. 우리금융지주의 울타리 안에 있던 우리카드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렇다면 지주회사의 위험 차단막은 제대로 작동했을까. 증권 보험 카드 부문의 위험이 은행으로 옮겨 붙는 것을 효율적으로 막아준다던 지주회사 체제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우리금융은 2004년 우리카드를 우리은행에 합병하는 방식으로 카드사 부실을 은행에 떠넘겼다.
지주회사 체제가 아니었던 국민은행, 외환은행의 카드부실 해법도 동일했다. 두 은행은 자회사이던 국민카드와 외환카드를 각각 2003년과 2004년 흡수 통합했다. 지주회사 체제든, 모회사-자회사 체제든 뒷감당은 모두 큰댁인 은행 몫이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가령 카드사태와 유사한 일이 증권업계와 보험업계에서 벌어진다고 가정해보자. 지주회사는 그 위험이 은행 자회사로 옮겨 붙지 않도록 차단할 수 있는 구조인가. 그렇지 않다. 저축은행권의 부실마저 은행들이 떠안는 환경이지 않은가”라고 했다.
지주회사 체제에 대한 환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에서 확실하게 깨진다. 2009년 한국증권연구원이 발간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자본시장`이라는 연구서에는 흥미로운 지적이 있다.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서브프라임 리스크에 크게 노출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그들의 지주회사 체제(지주회사의 수직적 결합구조)에서 오는 통합리스크 관리의 어려움 때문이었다”는 대목이다.
실제로 미국의 금융지주회사들이 보유한 서브프라임 관련 상품을 보면 주택구입자에게 제공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대출채권부터 MBS(모기지유동화증권)와 CDO(부채담보부증권), ABCP(유동화기업어음) 등 서브프라임 관련 모든 구조화상품을 총망라하고 있었다. 증권연구원은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익스포저는 지주회사내 여러 자회사들에게 분산돼 있었고, 이로 인해 지주회사 단위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집중리스크를 조기에 발견해서 관리하기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리먼브러더스에 앞서 파산한 베어스턴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베어스턴스는 하나의 지주회사 아래 IB사업부와 크레딧뷰로사업부, 자산관리사업부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 먼저 IB사업부의 모기지 은행 자회사가 주택구입자에게 직접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발행하면 해당 대출채권을 2차 모기지 자회사인 EMC모기지가 매입해 MBS를 발행했다. 그러면 다른 자회사가 해당 MBS와 다른 ABS를 기초 자산으로 다시 CDO를 설계해 판매했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자산운용 자회사가 매입하거나 그룹내 헤지펀드에 되팔았다. 그 결과 베어스턴스는 2007년말 자기자본의 4배에 달하는 46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 자산을 보유하게 됐다.
이쯤 되면 지주회사 체제가 리스크 전이를 효율적으로 차단하고, 금융회사의 책임경영을 도모하기에 우월하다는 주장은 막연한 관념에 불과했다는 게 입증된다. 서울대 법학대학원의 송옥렬 교수는 “지주회사 방식이 리스크 차단(Fire wall)이나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을 막는데 있어 유럽식 사내 겸영방식 보다 낫다는 논리가 많이 제시됐는데, 지주회사 방식과 사내 겸영방식은 실제로 위험 전이 측면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단언했다.
[은행지주사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③환상을 주입했던 사람들]로 이어집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2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2호 마켓in은 2011년 2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