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문 기자] 크레딧 시장에서 공사채의 힘은 대단하다. 똑같은 빚이지만 일반 회사채들과 달리 이름 앞에 붙어있는 `公`의 의미는 암행어사가 품고 있는 마패 만큼이나 위력적이다. `원리금의 적기 상환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크레딧의 특성상 정부 지원 가능성은 일종의 든든한 보험이자 우산이다.
만화 영화 짱가의 주제곡처럼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 해결해주는 정부 지원 아래 있는 공기업들, 그리고 그들의 빚인 공사채는 과연 모두 똑같은가. 이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동양종금증권 채권분석팀의 강성부 팀장을 만났다.
 | | ▲ 강성부 동양종금증권 채권분석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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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팀장은 얼마전 지자체와 공기업 신용분석을 마쳤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다. 무엇보다 1년사이 바뀐 책 제목이 가장 궁금했다. 1호의 부제는 "Are we different(우리는 과연 다른가)"였지만 2호의 부제는 "We are different(우린 다르다)"로 바뀌었다.
강 팀장은 "1호가 공공부채에 대한 위기감을 조성하는 측면이 강했다면 2호에서는 글로벌 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려는 우리나라 정부의 노력이 엿보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동안 공공부채는 정부의 명시적 지원 없는 우발채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었다"며 "하지만 올 1월 발표된 국가재정통계 개편과 3월에 나온 LH공사 사업구조개선안 등을 통해 공공부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쉽지 않은 분석을 이태 째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보다 각기 다른 공기업의 정보를 찾고자 하는 시장의 요구였다. 강 팀장은 "최근 들어 크레딧 시장에서 공사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중앙 정부의 크레딧 만으로 평가받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공사채별로 적정 금리를 평가받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모든 공사를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자료를 요청하고, 분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탐방 자체를 거절하는 곳도 있었지만 시장의 요구를 저버릴수 없다는 사명감도 작용했다.
그는 "재무구조가 나쁘고, 개선도 요원한 공사들의 채권이 발행되면 사회·경제적으로 손실인 만큼 우리만의 모델로 한번 만들어 보자는 취지가 강했다"며 "모든 공사채에 정부 지원 가능성이 있지만 정권 교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이해 관계는 오히려 공기업의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팀장의 부지런함은 크레딧 시장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지자체·공사채 신용분석 외에도 채권 시장 동향을 종합 분석한 `채권 백서`와 `기업 지배구조 분석` 등은 그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팀원들의 몸에 밴 성실함이 없었다면 빛을 보기 힘들었을 작품이다.
요즘에는 채권 시장 `선수`들을 위해 자체 강사진을 꾸려 만든 `본드 스쿨` 진행에 여념이 없다는 강 팀장.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시장에서 필요로 하다면 무엇이든 달려드는 그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