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SK증권(001510) 보유 지분 관련 지주회사 행위제한 해소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SK그룹의 행보는 급하지 않은 모습이다. SK증권 자체적으로 전에 없던 대규모 투자를 벌이는 가 하면 그룹 특수관계인은 오히려 지분을 늘려 애정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SK그룹은 사실상 SK증권을 처분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해도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한안에 개정돼 발효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개정이 안돼 법위반 상태에 놓인다 해도 과징금을 낼 것을 각오하면 큰 문제는 없다.
◇ `화룡점정`만 남은 지주사 전환
SK그룹은 지난 2007년 (주)SK를 지주회사로 하는 지주사로 전환했다. 이후 2008년말을 시한으로 순환출자 해소 등을 위해 계열사간 지분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유례없는 경제위기가 발발, 행위제한 해소 시한을 오는 6월말까지로 연장받았다.
SK그룹은 지난해말까지 왠만한 행위제한 요소를 해소했고 최근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SK C&C 지분 4.1%를 KB금융지주 지분과 맞교환키로 하면서 지주사 체제 완성에 바싹 다가섰다. 이제 남은 것은 SK네트웍스와 SKC가 보유한 SK증권 지분(각각 22.7%, 7.7%)과 SK네트웍스가 보유한 대한송유관공사 지분(4.6%)을 정리하는 것뿐이다.
대한송유관공사 지분 정리문제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대한송유관공사 최대주주이며 그룹 계열회사인 SK이노베이션(옛 SK에너지)으로 옮기면 그만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38.28%를 보유하고 있어 40% 이상 보유 요건도 충족한다.
문제는 SK증권이다. SK그룹은 산업 지주회사가 금융 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다는 현행 공정거래법 규정에 따라 팔아야 한다.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상반기안에 통과된다면 자연스레 해결되지만 국회 상황이 만만치 않아 SK그룹으로서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 최신원 SKC 회장의 꾸준한 지분 매입 앞으로 남은 시한은 4개월. 그러나 SK그룹의 행보는 증권을 매각할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최근 SK증권의 홍콩법인 설립 결정과 최태원 회장의 사촌인 최신원 SKC 회장의 꾸준한 지분 매입에서 볼 때 그렇다는 평가다.
SK증권은 이달 중순 300억원을 들여 홍콩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했다. SK증권이 중소형 증권사로서 몇년간 대규모 투자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현재 증권사들이 너나할 것없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딱히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곳은 아직이다. SK증권은 300억원외에 추가 자금이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매각을 앞둔 상황이라면 이같은 장기 투자는 하기 힘들다는 관측이다.
최신원 SKC 회장이 SK증권 지분 매입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 회장은 이달 들어 SK증권을 소량이지만 세 차례 사들였다. 그가 전부 보유한 지분이래봐야 0.23%에 불과하지만 이는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 최 회장이 지난 2009년 중반 개인 보유 지분을 15%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한 뒤 실천에 옮기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증권 주식 매입은 사촌으로서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즉, 증권 지분 매입은 증권을 자신이 가져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다. 만일 사촌간에 빅딜이 성사돼 최 회장이 증권을 포함해 계열분리에 나선다면 증권 지분 매각 문제는 자연 해소된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까지 원하는 것으로 회자되고 있어 단기간안에 성사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 중외제약 경우 경고조치로만 끝내그룹 바램과 어긋나게 공정법 개정안이 시한안에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답은 그냥 버티면 된다이다.
중외홀딩스의 경우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중외제약이 지주회사인 중외홀딩스 지분을 지난 2009년말까지 처분해야 했었다. 하지만 중외제약은 시한을 넘겨 지난해 9월에서야 이를 해결했다. 공정거래법 위반이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중외그룹이 늦게나마 처분한 점을 고려해 경고조치만 하고 끝을 냈다. 더 심한 경우라도 과징금을 내면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SK그룹에서 행위제한 관련 문의나 친족분리 등의 문의가 없는 상태"라면서 "시한을 넘겨 법위반 상태에 놓인다 하더라도 차후에 공정거래법이 개정된다면 처분 조치를 내려봐야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상반기안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