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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연기금은 정부가 간섭하지 않나요?
등록 2017-04-01 오전 9:31:49
수정 2017-04-01 오전 9:31:49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삼성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정부의 고위인사가 전문가 집단의 점검 없이 기금운용을 비공개로 처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논란의 요지다. 운용자산은 세계 3위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세계 주요 연기금과 비교하면 후진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학계 등의 냉정한 평가다.
그럼 다른 나라의 연기금은 어떤 구조를 갖추고 있을까.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던 연기금은 대부분 정부에서 독립된 구조를 갖췄거나, 간섭이 최소화된 형태로 이뤄져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처럼 정부가 깊숙이 관여하는 사례를 찾기가 더 힘들다.
캐나다 공적연금 운용위원회(CPPIB)는 세계 연기금의 롤모델로 꼽힌다. 이유는 명확하다. 기금운용 지배구조를 CPP(공적연금)에서 분리해 기금운용 전권을 위임하는 형태를 갖췄기 때문이다. 운영재원 역시 기금으로 조달되고 일반 재정으로 보조받지 않기 때문이 가입자 이익에 가장 부합한 구조로 평가받는다. 물론 분기별로 운용성과를 보고하는 방식으로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가입자의 이익보다는 정부의 정책 재원이라는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 국민연금과 확실한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주주 행동주의’로 유명한 미국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캘퍼스)도 눈여겨볼만 하다. 캘퍼스는 애초에 정부부처에 속해있지 않은 독립기관이다. 캘퍼스 이사회는 제도운영 및 기금투자에 대한 전권을 부여받고, 이사회 구성은 입법을 통해서만 바꿀 수 있다. 이러한 조항은 헌법에 명시돼 기금운용에 대한 주정부의 정치적 간섭을 배제하고 있다.
캘퍼스가 이러한 구조를 갖추게 된 건 1991년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기금을 전용하고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면서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 공공근로자들은 투표로 맞섰고 결국 기금 운영과 투자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연기금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결정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있다. 세계 최대 공적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은 정부 후생성이 관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국민연금과 유사하다.
하지만 기금운용위원회(투자위원회)는 기본지침만 제시하고 모든 주식투자 의결권 행사에 대한 권한·책임은 위탁운용사(신탁은행, 투자자문회사)에게 주어진다. 의결권 행사를 실적에만 치중할 수 있는 위탁운용사에게 넘겨 기금 운용이 정권에 휘둘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