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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신한PE 양기석 대표 "진정한 프로의 길"

마켓인이 만난 사람들

등록 2011-05-19 오전 9:26:55

수정 2011-05-19 오전 9: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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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사모펀드 업계 종사자는 진정한 프로의 길을 걸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열정과 책임감만이 그 길을 보여줄 수 있어요. 자기가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갖고 열정을 다한다면 창의성이나 승수효과는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을 만날 때면 그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겸손에 기자의 경망스러움이 부끄러워질 때가 많다. 작년말 신한프라이빗에쿼티(신한PE)의 신임 수장을 맡은 양기석 대표도 드러내기 보다 삼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차분하고 조용한 말 속에 전해오는 사모펀드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자연스레 상대를 끌어당긴다.

"글이나 쓰고 그림이나 그리며 살고 싶었다"던 양 대표다. 그러나 이 바닥 사람이 그러하듯 그 역시 일과 사람에 파묻혀 사는, 천생 어쩔 수 없는 `쟁이`다. 하루를 이틀로 쪼개 살다 보니 주말에 시간이 남으면 한 잠이라도 더 자는 게 낙(樂)이라며 웃는 그를 이데일리 마켓인이 만났다.

부딪쳐 배워야 살이 되고 피가 된다 

1987년 동양증권에 입사해 주식형펀드 운용역으로 일하던 양 대표가 기업 인수합병(M&A)과 연을 맺은 것은 1993년 동양그룹 기획조정실 재무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동양그룹의 아멕스카드 인수와 중앙투자신탁(지금의 동양투신), 데이콤 인수 관련 실무를 총괄하면서 M&A와 구조조정 분야에 눈을 떴다.

"국내에선 M&A업무라는 개념자체가 낯설었던 시절이죠. 그룹내 인수합병 업무를 맡으면서 실무를 배웠어요. 지금은 유명해진 M&A분야의 1세대 변호사, 회계사들과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같이 연구하면서 작업을 진행했죠. 증권거래법과 공정거래법을 뒤지면서 왜 필요한지도 몰랐던 조문을 하나하나 체득해 나갔습니다."
 
▲ 양기석 신한PE 대표이사

동양그룹의 중앙투신 인수와 합병작업을 마무리 지은 양 대표는 1996년 7월에는 제이에스(JS)파트너스라는 투자컨설팅 회사를 설립해 독립한다. 이후 2003년까지 JS파트너스에서 신원그룹의 제일물산(KSE, 신원제이엠씨) 인수 프로젝트와 한화종합금융 인수 프로젝트, 웅진출판의 CB발행 수행,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인수 프로젝트, 스페코(KOSDAQ업체)의 한국중공업 민영화 관련 인수 프로젝트 자문, 대성산업 그룹 경영권 분쟁에 관한 자문 등을 수행하며 입지를 쌓아올렸다.

2004년부터 그린화재해상보험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하던 그가 신한PE 전무(COO)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05년 4월이며 지난해 12월말 신임 사장으로 임명됐다. 현재 신한PE의 약정 자산규모는 7600억원으로 집행된 투자잔액은 4000억원을 웃돈다.

매물을 고르는 양 대표만의 노하우를 물었다.

"정답은 없어요. 누군가 안목이 높은 사람이 있어 매물을 잘 고르는 것은 아니에요. 핵심은 유망한 기업이 시야에 들어왔는데 우리가 수익을 낼만한 가격에 살 수 있느냐, 그런 가능성이 보이느냐 입니다. 그리고 합당한 경영진을 꾸릴 수 있느냐, 나아가 어떻게 회사 가치를 높일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이처럼 딜(Deal)을 쿠킹(Cooking)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립니다. 고정된 프로세스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모든 게 사람들로 엮이다 보니 딜의 진행상황은 흘러가고 변하기 마련이죠.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딜을 놓치거나, 후회하는 결과를 낳기 마련입니다."
 
열정으로 경험의 옷을 입혀라

신한PE에서 6년간 활동하면서 양 대표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딜은 3년전 모건스탠리와 함께 노스케스코그로부터 인수한 전주페이퍼다.

"처음에는 다른 제지업체인 K사 인수를 검토했었죠. 그러다 전주페이퍼가 매물로 나왔고. 당연히 투자를 하려면 업계 1위를 타깃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방향을 전주페이퍼로 돌렸죠." 신한PE와 모건스탠리의 전주페이퍼 인수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기 1주일전 마무리됐다. 양 대표는 "당시 시간이 조금만 더 지연됐어도 신디케이티드론이 조성되지 않아 딜이 깨졌을 지 모른다"고 말했다.

전주페이퍼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사양산업이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도 없지 않았다. 양대표 역시 이를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한다. 실제 국내 제지시장은 성장의 정체를 보이고 있고 북미나 유럽의 제지업체중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간 곳도 적지 않다. 양 대표는 "이같은 상황을 모두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제지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이를 감안했다"고 전했다.

6년간 몸 담아온 조직의 신임 CEO가 된 그에게 리더로서 철학과 각오를 물었다. "사실 여기는 프로 조직입니다. 원칙과 기준만 정해놓으면 각자가 알아서 일하는 조직이지, 누가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은 아니에요. 저 자신도 그렇게 일하는 조직의 한 사람일 뿐이고요. 다만 우리 식구들이 각자의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장애물이 있다면 제거하고 바람막이가 되어 주는 게 헤드(Head)를 맡은 자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모펀드 매니저를 꿈꾸는 후학들을 위해 양 대표는 "이 분야에서 요구되는 덕목은 열정"이라고 조언했다. "폼 나는 직업이 아니에요. 온몸에 흙 묻힐 각오가 아니면 힘들어요. 기술에 경험의 옷을 입히고 경험을 정제해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은 누가 해주는 게 아니거든요. 바로 일을 대하는 자세, 열정에 달려 있어요."

양 대표는 "올 한해는 1호펀드에서 집행한 투자건을 속속 엑시트(exit : 현금화)해 투자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우리의 투자자들이 토종펀드라 믿고 돈을 맡긴 만큼 그에 걸맞는 위상을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현재 신한PE의 미집행 약정자산 2600억원 가량은 중형 규모의 기업 2~3곳 인수에 할애할 예정이다. 양 대표는 "대한통운 등 공개적으로 진행중인 메가딜에 재무투자자(FI)로 참여할 뜻은 없다"고 했다. 그는 "800억원대 안팎의 기업 2~3곳의 경영권을 인수해 바이아웃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양기석 대표 약력>

1962년 서울생
1981년 대전고등학교 졸업 (60회)
1985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과 졸업
2003년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MBA)
 
1987년 동양증권 입사
1993년 동양그룹 기획조정실 재무팀
1996년 제이에스파트너스(JS Partners) 공동설립 및 운영
2004년 그린화재해상보험 재무담당임원_전무 (CFO)
2005년 신한프라이빗에쿼티 전무(COO)
2010년 12월 신한프라이빗에쿼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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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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