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점차 커지면서 장기 휴식에 들어갔던 개성공단의 재가동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개성공단이 다시 열린다면 기존 큰 비중을 차지했던 섬유·의류업체들의 진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개성공단은 동남아시아의 다른 의류생산기지보다 경쟁력이 높을까. 저렴한 인건비와 임대료, 언어·지리적 이점 같은 장점이 분명하지만 대북 제재나 열악한 인프라는 부족한 부분으로 꼽힌다. 향후 본격 경제협력에 따른 기회와 국제사회와의 관계 같은 위협 요소도 감안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응답하라 개성공단, 의류생산기지로서의 의미 있는 대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김혜원 선임연구원은 “남북 긴장이 완화되면서 남북철도 연결,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같은 남북경협이 거론되고 있다”며 “개성공단 사례를 중심으로 북한과 베트남·방글라데시 의류제조기지와의 경쟁력을 비교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은 남한의 자본·기술, 북한 토지·인력이 결합한 산업단지로 남북 교류와 경제 협력을 상징하는 대표 사례다. 2004년 시범단지 입주를 시작으로 11년간 운영되다가 2016년 2월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전면 중단됐다.
가동기간 중(2005년~2016년 2월) 개성공단의 총 생산량은 32억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다. 전면 중단 당시 입주업체는 125개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섬유·의류업종이 73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신원(009270), K2코리아,
좋은사람들(033340),
제이에스티나(026040),
인디에프(014990) 등 내수패션업체 다수가 진출했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화섬사, 원단 업체들도 입주했다.
한기평은 섬유·의류산업이 몰린 개성공단의 경쟁력을 의류생산기지로 각광 받는 방글라데시, 베트남과 비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방글라데시와 베트남 수출액 규모는 각각 2위, 3위다.
의류제조기지를 결정짓는 요소인 인건비와 노동의 질, 토지 사용과 임차료, 인프라, 정치 환경, 무역협정 등을 비교했을 때 북한은 미래 의류제조기지로서 충분히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노동력, 지대와 기타 요소(언어·문화)에서는 북한이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북한은 해외 양국대비 인건비와 토지임차료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동일 문화권으로 노동자 교육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남한으로 당일 운송이 가능한 지리적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프라의 경우 3국 모두 공단 지역 내는 양호하나 그 외 지역은 열악하다. 방글라데시는 만성 전력부족, 항만 시설 미비 등으로 가장 열악하다. 그는 “정치환경은 일당 체제인 베트남이 대내외적으로 가장 안정적”이라며 “무역협정 측면에서는 발효된 자유무역협정이 없는 북한이 가장 불리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단기로 볼 EO 내수패션을 위한 소싱처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의류제조(OEM) 기지로의 발전은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외주 주문 물량이 작은 중소규모의 내수용 패션기업이나 시즌 중 재주문 물량의 경우 운반비, 납기 문제 등으로 동남아지역의 생산기반을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국내 외주가공업체를 활용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국내 제조 물량의 제조기지를 북한으로 변경한다면 외주가공비 절감에 상당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김 연구원은 “무역협정에 기반한 수출 조건은 북한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글로벌 의류제조(OEM) 기지로의 발전은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