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금융당국은 회계감사 전에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 내년부터 임원해임 권고 등 강도높은 제재를 해 나가기로 했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권선물위원회에 감사 전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제출한 기업에 대한 징계 안건을 보고했다. 지난해에는 제도 시행 첫해임을 고려해 제도를 설명하고 계도하는 차원에서 그쳤지만 관련 법령을 위반하는 회사가 계속해서 늘어남에 따라 내년부터는 2년 연속 법을 위반한 회사에 대해서는 임원해임을 권고하는 등 징계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감사 전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제출한 상장기업은 지난해 46개사에서 올해 105개사로 2배 이상 늘어난 실정이다. 비상장사도 감사 전 재무제표 제출 대상 기업 2200곳 가운데 300여곳이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 올해에는 주의나 경고, 감사인 지정 등 가볍게 처벌하지만 내년부터는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금융당국은 기업이 감사인에게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하도록 하는 악습을 근절하기 위해 감사 전 재무제표를 미리 제출하게끔 했다. 기업이 갑(甲)의 위치에서 감사인에게 재무제표 대리 작성을 맡기게 되면 그만큼 감사인이 회계감사에 집중할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회계 투명성 악화에 따른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감사 전 재무제표 제출 의무는 현행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감사 전 재무제표 제출 의무를 폐지해 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은 더이상 회계 투명성 하락을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이 조사한 우리나라 회계 투명성이 전세계 61개국 중 61위로 떨어진 마당에 감사품질의 근간이 되는 감사 전 재무제표 제출 의무를 폐지해 달라는 요구는 곤란하다”며 “올해까지는 제도 시행 초기임을 고려해 완화한 형태로 징계하겠지만 내년부터는 엄정하게 집행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