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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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선화 김무연 박기주 기자] 미래에셋대우는 자본금이 8조원에 달하지만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만 할 수 있는 발행어음 사업 인가는 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초대형 IB 1·2호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보다 더 적극적으로 글로벌 IB로 정주행하고 있다. 오히려 초대형 IB 증권사 2곳은 발행어음을 제외하면 초대형IB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다.
초대형 IB 육성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일면서 정부만 바라보고 있던 증권사들이 방향을 돌려 각자 살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IB육성에 대한 정부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인데다, 각종 규제로 초대형IB가 성장할 토양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발행어음 사업이 오히려 발목증권사들은 진정한 투자은행을 키우기 위해서는 ‘실탄’(발행어음)이 아닌 마음껏 총을 쏠 수 있는 ‘목표물’(투자대상)을 정부가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게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해도 ‘원하는 곳’에 원하는 방식으로 투자할 수 없어 증권사들은 이를 규제로 보고 있다.
발행어음은 투자방식 중 ‘사모대출(여신한도)’이 20% 미만으로 막혀있다. 이마저도 NCR(자기자본비율)에 100% 반영되면서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규제 완화 일환으로 새로 도입한 신NCR 비율도 유명무실하다. 명목상 신NCR 비율을 사용하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기준 적용으로 시장에서는 여전히 구NCR 비율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리스크 비율이라는것이 규제의 목적도 있지만 그 회사의 리스크 실태를 적절하게 표현해야 하는데 신NCR은 이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무조건 풀어주기 보다는 목적에 맞는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초대형 IB 승인은 오히려 더 많은 규제만 초래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1호 초대형 IB인 한투증권은 지난해 11월 발행어음 발행 직후 금융당국의 실태 조사를 받았고, 지난 5월에도 초대형 IB 관련 종합검사를 받았다. NH투자증권도 발행어음에 따른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결국 증권사 입장에선 발행어음으로 인해 금융당국의 감시감독을 받느니 유상증자 등으로 자체 자금을 확보해 투자사업을 하는게 낫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완화된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더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지난 9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에 대한 신용공여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 승인 보다 차라리 기업 신용공여 한도 증액이 더 효과적”이라며 “이를 통해 PI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초대형IB는 진정한 의미의 ‘투자은행’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투자은행의 의미는 중개 수수료를 주수입원으로 하는 상업은행이 아닌 ‘직접 투자(PI)’로 수익를 내는 금융기관을 말한다. 글로벌 IB들은 전체 수익에서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하다. JP모건의 경우 거래 수수료 수익은 전체 33.6%에 불과하다.
살길 찾아 나선 증권사증권사들은 정부의 지원(발행어음) 덕분이 아니라 스스로 총알(자본금)을 채워 투자은행으로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 2월 초 7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자기자본을 확충했고, 하나금융투자도 지난 3월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날로 감소하는 중개 수수료 수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업종은 올 하반기부터 이미 하향 국면에 진입했다. 상반기 대비 3분기 거래대금은 33%, ELS(주가연계증권) 발행액이 44% 감소하면서 증권사 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27% 감소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분기 실적도 올해 3분기 수준의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증권 업종 순이익은 전년 대비 14%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중에서도 IB 비중은 적은 삼성증권의 타격이 컸다. 삼성증권의 3분기 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36% 감소한 642억원으로 기대치를 14% 밑돌았다. 이는 거래대금 감소와 상품판매 수익 감소 탓이 크다. IB 부문에서 독일 덩케르크 LNG터미널 인수 등 빅딜을 성사시켰지만 전체 비중이 10%에 불과해 거래 수수료 감소분을 상쇄시키지는 못했다.
삼성증권은 내년부터 자산관리(WM)에 연계한 IB 영업을 활성화하고, 자기자본 투자(PI) 운용 규모를 11조원에서 14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중에서도 구조화 금융을 2조 3000억원에서 두배 이상 늘려 총 5조 1000억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각사의 주특기를 살려 IB 생존 경쟁에 나섰지만 정답은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수익 극대화를 위해선 미래에셋, KB처럼 적극적인 자기자본투자에 나서는게 맞다”며 “여기에 기업에 대한 금융자문까지 잘하는 플랫폼 비즈니스까지 하면 가장 이상적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초대형IB 육성을 통해 벤처기업에 자금이 돌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새로운 업을 만드는데 그칠 게 아니라 규제를 완화해 다양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