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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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자는 논의에서 시작된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증권사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2011년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구체화한 초대형IB 프로젝트는 지난해 11월 5개 증권사를 지정하며 첫 발을 내디뎠지만 ‘초대형’이란 수식어가 민망할 지경이다.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이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키우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초대형IB가 할 수 있는 첫 단계 사업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받은 IB는 단 두 곳에 그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각종 이유를 들어가며 심사 자체를 미루자 인가를 받기 위한 나머지 증권사들의 노력도 시들해졌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일감몰아주기 혐의가 이유다. 하지만 조사를 받은지 2년 가까이 되도록 금융당국은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서 인가를 미루고 있다. KB증권의 경우 합병 전 현대증권이 2016년 영업정지를 받은 부분 등으로 인해 신청조차 못하고 있다.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들도 신바람이 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자금을 모아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50% 이상을 기업금융에, 부동산금융은 30% 이하만 투자하게 돼 있다. 단기금융업 1호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으로 모은 자금 3조 4000억원 중 초대형IB 도입 취지에 도입하는 ‘기업대출(사모대출)’은 20% 미만이다. 나머지 자금 대부분은을 채권과도 같은 기업어음(CP)에 묶어 간신히 기업금융 50% 이상 기준을 넘겼다. 올해 두번째로 인가를 받은 NH투자증권는 발행어음으로 모은 자금의 50%는 마땅한 투자처를 못찾은 상태다.
초대형IB 본격 시행을 앞두고 발행어음 인가를 받기 위해 테스크포스팀(TF)을 구성하는 등 적극성을 띠던 1년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이 IB 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증권사들 사이에선 굳이 무리하게 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필요가 있냐 하는 회의론이 일고 있다”고 털어놨다. 금융당국도 “현재 초대형IB 정책엔 큰 문제가 없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위해선 자기자본 확대가 필요한데 국내 증권사들이 스스로 이를 키우지 않아 단기어음발행이란 유인책을제시한 것 뿐”이라며 “발행어음 조달로 자기자본을 늘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발행어음 조달 자금 투자처 제한에 대해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기업들에 모험자본을 조달하려는 취지에 맞게 투자 비율을 제한한 것”이라며 “어느 한 쪽의 의견만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초대형IB에 맞춰 적극적으로 자기자본을 늘린 증권사들은 결국 각자 살 길을 찾아나서는 모습이다. 자기자본 8조로 국내 증권사 1위인 해외 시장 공략을 통한 글로벌 IB로 나서고 있고, 후발주자인 KB증권은 적극적인 자기자본(PI) 투자를 통해 ‘투자은행’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