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수연 기자] 제일제당은 여러 차례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을 야금 야금 팔아 기업 인수합병(M&A)의 종잣돈으로 삼았다. 2000년 케이블TV 홈쇼핑 업체인 삼구쇼핑(현재 CJ오쇼핑)을 인수했을때가 대표적이다.
이때 제일제당은 가지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으로 인수자금의 일부를 충당했다. 보유 중이던 삼성생명 주식 25만주를 700억원으로 계산, 삼구쇼핑에 인수대금으로 양도한 것이다. 이때는 가지고 있던 또 다른 삼성그룹 주식인 삼성전자 주식 11만6000주도 348억원으로 계산, 삼구쇼핑 박정구 회장에게 매입대금으로 넘긴다.
문제는 가격. 주당 28만원을 쳐서 넘긴게 됐다. 당시 비상장이었던 삼성생명 한 주 값이 얼마인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때도 역시 생명보험사 상장 논의가 한참 이뤄지고 있었고, 또 삼성그룹이 삼성차 채권단에게 삼성생명 주식을 넘겨 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 측이 채권단에 제시한 값은 70만원이었다. 그런데 제일제당이 삼구 측에 주당 28만원에 넘기면서 삼성이 머쓱해지는 상황에 몰렸던 것이다.
삼성생명 주식으로 M&A 했던 사례는 또 있다. 삼구쇼핑 인수 2년 뒤인 2002년, 당시 제일제당은 삼성생명 지분 9.5%, 190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드림웍스에 투자하면서 차입했던 외화 1억달러를 갚기 위해 삼성생명 주식 30만4222주를 대상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이때쳐 받은 값은 주당 32만5000원이고, 해외투자자들이 인수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대한통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CJ측은 CJ제일제당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대상으로 교환사채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보유지분은 2.3%(459만1510주)다(CJ 역시 삼성생명 지분 3.2%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것은 유동화 계획이 없다고 했다). 다만 이전까지 CJ그룹이 M&A 자금으로 삼성생명 주식을 활용했을 때와 달라진 점은, 지금은 삼성생명이 상장사라는 것이다.
이번 대한통운 인수전서 불거진 범삼성가의 싸움을 두고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제3자로서는 알 길이 없는 총수일가간의 문제로 추측되며, 그것은 현재 진행형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며 “차명재산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소장이 추정한 대로 차명재산 문제인지, 그렇다면 그 재산이 삼성생명 지분인지, 이도 저도 아닌 또 다른 오너 일가간의 문제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그것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라면 머지 않은 시일 내에 또 다른 모습으로 밖으로 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4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4호 마켓in은 2011년 8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