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수연 기자]제일제당의 분가 선언이 나온 93년으로부터 5년 전인 88년, 삼성생명은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84년 이후부터 88년 증자 직전까지 신세계와 제일제당은 각각 삼성생명 지분 29%, 23%를 갖고 있었다. 둘이 합쳐 52%, 절반이 넘었다.
그런데 88년 삼성생명이 자본금을 30억원에서 60억원으로 늘리는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했다. 이때 기존 대주주인 신세계와 제일제당이 자기 몫을 전부 실권했다. 때문에 증자 후 신세계의 지분율은 14.5%로, 제일제당은 11.5%로 떨어졌다. 이들이 실권한 26%는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누군가가 가져갔다. 이 26%의 일부 또는 전부가 차명으로 보유됐을 것이라고 지난 2008년 참여연대는 삼성 특검결과를 감안해 주장했었다.
증자가 실시됐던 88년 9월은 생명보험사 상장 논의가 가시화되던 때다. 즉 상장 움직임이 본격화되던 무렵 앞질러 유상증자가 이뤄졌고, 삼성 계열사 법인주주가 상장 후 얻을 수 있을 막대한 기대이익을 어떤 이유에선지 포기하고 실권했다. 실소유주와 명의자가 같았다면, 즉 당시 제일제당 지분이 제일제당의 것이었고 신세계 지분이 신세계 것이었다면 엄청난 상장차익을 눈앞에 두고 실권을 할 이유가 없다. 결국 당시 지분 명의자와 실소유자가 달랐다는 얘기다. 제3자 앞으로 배정된 26% 역시 마찬가지다.
이학수 파동과 CCTV 사건 등 삼성과 제일제당간 갈등이 정점을 찍었던 94년대 초 중반 이후, 양측은 다시 뚜렷하게 밖으로까지 들리도록 집안싸움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에도 자잘한 갈등은 몇번 있었는데, 역시 삼성생명 주식이 여기 얽혀 있었다.
지난해 삼성생명 상장시, 삼성생명은 수혜자 부담 원칙을 들어 기존주주인 신세계와 CJ에 각각 상장비용을 73억원씩 내라고 할당했다. 하지만 신세계와 CJ는 “황당하다”며 돈을 낼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5월 신주발행 없이 채권단(삼성차 채권단), 신세계, CJ 등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4400만주를 매각하는 구주매출을 통해 상장했다. 신세계와 CJ는 각각 500만주를 공모가 11만원에 매각했다. 상장비용은 총 650억여 원이었는데, 이중 73억원씩을 부담하라고 한 것이다. 처음에 신세계와 CJ는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반응이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결국은 비용을 내는 걸로 마무리됐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삼성생명이 73억원씩을 제하고 양측에 지급한 걸로 돼 있다. 대표주관을 맡았던 한국투자증권 측 관계자는 “우리는 비용을 모두 받았고 그 중 누가 얼마만큼을 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4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4호 마켓in은 2011년 8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