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초대형IB, 기업금융 ‘24조 시대’…증권사 진검승부 시작
자기자본 8조 이상 가능한 '미래에셋대우'..발빠른 대응, 정식 부서 출범
NH투자, KB증권.. 10명 이상 TF 구성 "새 먹거리 찾아라"
등록 2017-01-25 오전 6:00:00
수정 2017-01-25 오전 6:00:00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올해 중순부터 초대형 IB들의 기업금융 ‘24조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국내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옥죄면서 금융당국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에 기업 자금줄 역할을 할 수 있는 유통어음 발행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빠르면 오는 6월부터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에 한해 은행업의 고유 업역인 수신 기능이 발행어음을 통해 허용된다. 이에 약 2%대의 낮은 조달 금리로 자기자본의 최소 2배 이상을 융통할 수 있게 된 국내 5대 증권사들의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 원금을 보장하고 일정금리를 제공하는 단기금융 업무는 원래 은행의 고유 업역이지만 은행들의 보수적 기업 대출로 돈줄이 마르자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길을 터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다만 시행령 개정 취지에 맞게 발행어음의 50%를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기자본 4조 이상의 증권사는 최대 8대까지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고, 이중 4조를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한다. 국내 4조원 이상인 증권사의 최대 발행 규모를 추산하면 48조원에 달하고, 이 중 절반인 24조원이 잠재적인 기업금융 자금인 셈이다.
초대형 IB 중 유일하게 향후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에셋대우증권은 가장 먼저 태스크포스팀(TF)을 꾸리고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섰다. 합병 전부터 각각 이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해온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은 합병 후 하나의 부서로 합쳐 대우증권 출신의 최병권 전무를 초대형 IB 추진단장으로 임명됐다. 미래에셋대우는 1년 이상 만기의 어음을 발행하고 자기자본금에 상관없이 무제한으로 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유일한 증권사다.
나머지 자기자본의 2배까지 어음 발행이 가능한 증권사 4곳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NH투자증권이 올들어 TF를 꾸리고 11명을 전격 배치했고, KB증권도 TF를 출범시키고 10여명의 인원을 배치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내달 TF를 꾸릴 예정이다.
문제는 국내 인수금융 시장이 10조원이 채 되지 않고 목표수익률을 달성 가능한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발행어음의 기본 조달 금리를 약 2%로 산정할 때 적어도 5% 이상의 투자처를 찾아야만 2%대의 순익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1조원 이상 어음을 발행할 경우 200억원 이상의 순익을 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다. 통상적인 디폴트 리스크를 감안한 목표 수익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초대형 IB증권사들의 진검승부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평판과 달리 밸류에이션이 좋은 숨은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 증권사의 실력”이라며 “충분한 총알이 쌓인만큼 증권사간의 실력차가 확연히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