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기업분할이 총수일가의 지배권 강화와 재산증식, 경영권 세습을 위한 터 닦기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지적에 대해 `누이만 좋았나, 매부도 좋았다`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회사를 쪼갰더니 매출과 영업이익이 오히려 늘고 기업가치도 늘어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하나의 기업이 영위하던 사업영역들을 전문자회사 형태로 분사시켜 경쟁력을 강화하고 책임경영체제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주식시장에서도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LG화학에서 쪼개진 LG화학·LG생명과학·LG생활건강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LG화학의 경우 기업분할 전 매출은 5조4207억원 영업이익은 5959억원이었다. 그러나 LG화학·LG생활건강·LG생명과학·LG하우시스 등 4개 자회사로 쪼개진지 10년이 흐른 지난 2010년 LG그룹의 화학계열사 매출총합은 24조8810억원, 영업이익은 3조251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5배로, 영업이익은 6배로 늘어난 것이다.
7월14일 현재 LG의 화학부문 4개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40조원을 웃돌고 있다. 기업분할 이전 시가총액(1조2400억원) 보다 31배(상승률 3120%)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의 평균 상승률은 300%였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가 흔들리면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한국형 재벌그룹의 속성과 현실을 감안하면 총수일가의 지배권 강화를 나쁘게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단체 관계자는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이 잇따르면서 재벌일가의 독단과 전횡이 심화될소지만 키웠다”고 비판했다.
국내 내로라하는 그룹 가운데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곳은 삼성과 현대차 정도다. 3세 경영권 승계라는 중차대한 숙제를 안고 있는 두 총수 일가로선 계산이 복잡하다. 고민의 정도는 삼성이 좀 더 커 보인다.
삼성으로선 삼성생명에서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약한 고리(금산분리법에 묶인 고리)를 보수해야 하는 동시에 후계 승계를 위해 이건희 회장 일가의 그룹 지배권도 강화해야 한다. 적잖은 시간과 공이 드는 프로젝트일 수밖에 없고 국민정서와 정치권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기업분할 전문가들 사이에선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가능성을 주시하는 이도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LCD, 통신기기, 디지털 미디어의 4개 사업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인적분할 해 전자계열 중간 지주사를 세운다면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사업 자회사별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섣불리 움직이기엔 여건이 녹록치 않다”면서 “당분간은 정치권의 움직임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4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4호 마켓in은 2011년 8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