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기업분할의 마술을 가장 먼저 선보인 곳은 LG그룹이다. LG그룹은 2003년 3월 (주)LG를 출범하며 일반 지주회사 1호로 등극한다. 지주회사로 변신하는 과정은 1999~2000년 준비기를 거쳐 2001년 본격화한다. LG화학의 기업분할(인적분할)이 시작점이다.
2001년 4월 LG화학은 화학계열 지주회사를 맡는 LGCI와 LG화학· LG생활건강 3개 회사로 쪼개진다. 이후 LGCI는 LG화학과 LG생활건강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주주대상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연이어 LG홈쇼핑을 편입하기 위한 공개매수에도 착수한다. 3개 자회사에 대한 공개매수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참여율은 32%로 저조했고, 총수일가의 참여율은 67.49%에 달했다.
이후 총수일가는 3개 자회사 지분을 화학계열 지주회사인 LGCI와 맞교환해 LGCI 지분율을 9.3%에서 43.56%로 늘리게 된다. LGCI의 지분율을 손쉽게 5배로 확대하면서 LG 화학계열 전체의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듬해인 2002년 4월에는 LG전자가 영업 자회사인 LG전자와 전자계열 지주회사인 LGEI로 분할된다. 인적분할 후 주식교환을 거쳐 총수일가의 LGEI 지분율은 23.03%에서 73.56%로 급증한다. 전자계열의 정점에 있던 LGEI 지분을 대거 확보하면서 총수 일가는 지배력 강화는 물론, 향후 경영권 및 재산상속의 구조도 간소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1년간 과도기적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하던 LG그룹은 2003년 3월 LGCI와 LGEI를 합병,(주)LG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지금의 지주회사 골격을 마무리 짓게 된다.
재계 총수들은 LG그룹의 실험을 유심히 지켜봤다. LG그룹의 성공적인 지주회사 전환, 즉 인적분할을 통한 그룹 지배권 강화는 2·3세 경영으로 접어들면서 지분율이 많이 약해진 다른 그룹 총수들에게 귀감이 됐다.
사모펀드의 공격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SK그룹도 예외가 아니다. 2003년 초 SK그룹은 SK글로벌(지금의 SK네트웍스)의 분식회계 파문으로 최태원 회장이 구속되면서 위기에 직면한다. SK(주)의 주가는 연일 급락했고, SK그룹 채권단의 압박도 고조돼 갔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소버린이다. 소버린은 주가급락을 틈타 SK(주) 지분을 14.99%로 늘린다.
이후 소버린은 SK그룹의 구조조정과 최 회장 일가의 후선 퇴진을 요구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소버린이 공격목표로 잡았던 SK(주)는 당시 SK텔레콤 지분 21%를 보유하고 있던 회사로 해당 지분의 가치만 4조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2005년 소버린은 보유지분을 전량 처분하고 철수하지만 SK그룹 최 회장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취약한 지분구조로는 하루아침에 권좌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의 당면과제는 그룹 지배권 강화였고, 그의 선택은 지주회사 전환이었다. SK그룹은 2007년 4월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하며 이를 실행에 옮긴다. 때를 같이 해 CJ그룹이 CJ제일제당의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했고, 한진중공업과 웅진그룹도 뒤를 따랐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4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4호 마켓in은 2011년 8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