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⑧비우호적 엔젤투자환경…韓 VC/PE 성장 걸림돌
등록 2016-05-04 오전 6:51:10
수정 2016-05-04 오전 6:51:10
[베이징=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중국 투자업계에서 한국계 VC/PE는 2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중국계 VC/PE와 달리 투자 규모면에서 비교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 투자업계는 철저한 옥션 비딩 체제로 업계 간 네트워크 공유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꽌시(關係)문화’로 인한 정보의 비대칭성도 큰 상황입니다.”
최근 중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꾀하고 있는 한 한국계 VC/PE 담당자는 중국의 유망한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가 만만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미 10여간 중국에서 네트워크를 쌓아온 김진하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대표, 홍원호 KTB네트워크 부사장, 호경식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 등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간 중국 사람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계 VC/PE가 중국 등 해외투자를 위해 각계전투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몇몇 VC/PE가 몸으로 부딪혀서는 승산이 없다는 얘기다.
한국계 한 사모투자펀드(PEF)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 국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이에 투자하는 VC/PE 등에게 세제혜택 등의 실질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한국계 VC/PE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토양, 즉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엔젤(개미투자자)투자 규모가 미국의 0.1%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로선 엔젤투자를 늘려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 VC/PE 등에게 자금을 대주는 LP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매우 열악한 국내 엔젤투자 환경을 꼬집은 지적이다.
올해 초부터 적용된 중소·벤처기업의 대주주 요건 강화를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은 엔젤투자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개악으로 꼽힌다. 세법개정안에 따라 스타트업이 포진돼 있는 비상장 중소기업의 경우 대주주 여부와 관계 없이 10%의 양도소득세율을 적용했지만 올해부터는 지분 1% 이상(25억원 이상)을 보유하면 대주주로 분류된다. 중소기업 대주주에겐 기존(10%)의 두 배인 20%의 양도소득세율을 적용한다.
이와 관련 VC/PE업계는 이번 개정안은 현 정부의 창조경제와 맞물린 스타트업 육성 정책과 정면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엔젤투자자의 벤처기업 보유지분이 통상 5~10%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수 엔젤투자자의 양도세 부담은 2배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손실 위험을 안고 투자하는 엔젤투자자 입장에선 기대이익이 전보다 크게 줄어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같이 엔젤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세제감면 등 혜택을 주지는 못할 지언정 없던 세금을 만들어냈다”며 손사레를 쳤다. 한창 불붙었던 창업열기가 세수 확대를 목적으로 세법개정안에 의해 사그라들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다. 이어 “사업초기단계인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지원을 위해서는 엔젤투자가 활성화돼야 하는 만큼 세제를 포함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스타트업 성장 과정에서 초기투자에서 엔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민간투자 부문이 활발하다. 중국의 각 지역(성)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중국 상하이시 발전개혁위원회가 올해 초 스타트업에 대한 엔젤투자자의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스타트업 부도시 엔젤투자자의 손실을 일부 보존(최대 600만위안)해주는 법(엔젤투자 리스크 보상관리 방법)을 시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왕광위 진링화란투자그룹(China Soft Capital) 회장은 “중국시장에서 벤처투자의 폭발적인 성장은 긴 시간의 경험 축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2007년 파트너쉽 법 제정, 2009년 차스닥 출범, 2013년 지분양도 자유화 등 조치를 통해 벤처투자 자금 조달과 출구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함으로써 대량의 우량 투자사업과 자본이 선순환을 이루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