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수 이연호 기자] 운용 자산규모만 500조원이 넘는 자본시장 `큰손` 국민연금기금이 울상을 짓고 있다. 고령화와 저금리 하에서 운용수익률을 높여야 할 지상과제를 떠안고 있지만 과거 사모투자펀드(PEF) 위탁운용사(GP)에 출자했던 대체투자(AI)부문에서 오히려 대규모 손실을 입고 있는 탓이다. 국내외 경기 침체 등 매크로 변수가 부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손실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PEF 위탁운용사 심사제도와 관리체계 등 세심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경기계 인수에 1000억원 출자, 원금회수 힘들듯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은 국내 AI 규모 22조원 가운데 7조8000억원(누적 기준)을 PEF에 위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수익률 제고를 위해 앞으로 PEF 출자를 더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거 PEF에 출자했던 펀드내 포트폴리오가 부실화되면서 기금 운용수익률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속속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 펀드중 일부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매각이 진행중인 대경기계기술의 경우 국민연금은 ‘국민연금07-1 기업구조조정조합QCP12호’를 통해 1000억원을 출자(선순위)했지만 투자원금 회수가 불투명하다. 당시 선순위 출자자보다 변제순위가 밀리는 후순위로 1200억원을 투자한 대한전선의 경우 IMM PE로 인수되면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아예 대경기계에서 손을 뗀 상태다. 2007년 2200억원을 들여 대경기계 지분을 인수한 큐캐피탈파트너스가 매각을 추진중이지만 현 시가는 500억원에 불과하다. 매각이 성사된다 해도 국민연금의 원금 회수는 어려울 전망이다.
H&Q 2호펀드 손실…DICC 등 인수금융도 디폴트국민연금은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가 2005년 설정한 2호펀드(설정액 3725억원)에도 2000억원을 출자했지만 하이마트를 제외한 에스콰이어(법정관리), 메가스터디 등 포트폴리오에서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2호펀드에는 메가스터디 모회사인 메가스터디교육과 하나마이크론만 남아있는 상태지만 매수가대비 주가가 반토막났다. 이에 H&Q는 펀드 만기를 8월에서 1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국민연금 등 LP들과 협의할 예정이다.
H&Q 관계자는 “메가스터디교육에 대한 투자회수(Exit)가 남아 있어 최종 손실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2호펀드 전체적으로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국민연금이 2330억원과 2800억원씩 출자한 1호펀드(청산, IRR 30%)와 3호펀드(잡코리아, LS전선아시아 등)가 순항하고 있는 만큼 전체적으로 LP의 요구수익률에는 부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IMM PE, 미래에셋PE, 하나금융투자PE가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지분 20%를 인수(3800억원)할 때 LP로 들어간 투자도 지난 4월 인수금융 만기연장 실패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처리됐다. 연기금은 출자액(2500억원)중 80% 정도를 손실로 상각 처리했다.
DICC뿐 아니라 딜라이브(옛 씨앤앰) 인수금융 디폴트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추가로 대규모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금융권은 지난 2007년 MBK파트너스가 딜라이브를 인수한 후 총 2조2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제공했다. 하지만 이달초 디폴트 위기를 넘겼지만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불허는 향후 매각작업에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
GP선정·관리 보완해야…국민연금 대체투자관리팀 신설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민연금의 PEF 출자와 관련 GP 선정과 관리체계 등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블라인드펀드의 경우 LP와 약정시 맺는 투자기간, 즉 드라이파우더(Dry Powder) 소진을 위해 투자대상을 면밀히 살피지 않은채 투자를 집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리먼사태 등 특수한 경기상황일 때는 투자기간을 다소 늘려줌으로써 포트폴리오 관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GP 선정을 위한 뷰티 콘테스트(PT)의 경우 해외와 같이 GP로부터 개별 제안을 받은 후 실무진이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콘테스트에 참여하는 민간위원의 전문성을 높이는 등 출자 결정방식에 있어서도 좀 더 촘촘한 제도적 보완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은 올초 PEF 출자 관리 등을 위한 대체투자관리팀을 신설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PEF 출자의 경우 해당 GP의 관리 책임에 맡기고 있지만 최근엔 주의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새로 만든 대체투자관리팀을 통해 AI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