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원칙을 도입하며 후속조치로 진행하는 ‘투자기업 이사회 구성·운영에 관한 안내서’ 논의가 수개월째 공회전하고 있다. 경영 개입을 우려하는 기업과 책임투자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 맞붙고 있어서다.
 | |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기금운용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
|
기금위 세 번 오르고도 “세부내용 보완”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기금위에 보고된 ‘국민연금기금 투자기업의 이사회 구성·운영에 관한 안내서(투자기업 안내서)’ 논의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추가 의견을 반영해 보완하는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투자기업 안내서는 책임투자를 강화하는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주주권행사 원칙을 안내하기 위한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기업과 주주의 관계, 이사회의 기능·구성·운영, 감사기구의 역할 등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 2018년 7월 도입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의 후속조치다.
논의는 지난해 말, 올해 7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세 번이나 기금위 테이블에 올랐다. 지난해 말 기업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재논의를 거쳤고, 지난 7월에 다시 안건으로 올랐지만 회의 시간이 충분치 않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연기됐다. 이에 지난달 기금위에서 다시 논의했지만 완전히 매듭을 짓진 못했다.
국민연금은 “논의 결과, 작년부터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반영한 안내서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도 “일부 세부내용에 대해선 기금위 위원들의 추가 논의사항을 반영해 보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업 의견 받아들이자…“유명무실 우려”이 과정에서 투자기업 안내서는 기존보다 수위가 낮아졌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 의견 수렴 후 기존 “기금의 주주권행사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는 투자기업 안내서의 의의가 “각 회사의 환경과 여건에 맞춰 이사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는 표현으로 수정됐다.
세부원칙 가운데서는 경영계 입장을 반영해 “회사는 일관된 주주환원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한다” “인수·합병에 대한 방어수단이 소수 주주의 이익을 희생하거나 경영진과 이사회를 보호하는 용도로 활용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 등이 삭제됐다.
하지만 기업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책임투자 강화를 위해 마련하는 투자기업 안내서가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는 정반대의 의견이 제기되면서 국민연금은 투자기업 안내서를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소위원회 등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업에서는 투자기업 안내서를 무겁게 받아들여 (투자기업 안내서에 나온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대상이 되는 것 아닌지 우려가 있다”며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때부터 후속조치 차원으로 진행하는 것인데 논의가 계속되면서 답답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