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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수탁업무 꺼리는 은행 때문에…벤처펀드 설정 '난항'

펀드자산 관리·운용지시 등 대리 수탁업무
반년간 늘던 수탁잔고 일주일새 1.5兆 줄어
"신생 독립계 VC 펀드 설정 어려워졌다"

등록 2020-10-12 오전 12:20:00

수정 2020-10-12 오전 12: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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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광수 김성훈 기자] 시중은행들이 신규 사모펀드 수탁을 중단하면서 창업투자회사(벤처캐피탈·VC)의 조합 설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대규모 환매중단이 발생한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태 영향으로 수탁사의 책임이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한 사모펀드와 VC 벤처펀드는 운용주체와 방식, 투자 대상 등이 다르지만 은행권을 중심으로 벤처펀드도 사모펀드의 일종으로 판단하고 수탁을 꺼리는 분위기다.

수탁사는 펀드자산 보관과 관리, 입출금, 운용지시에 대한 적절성과 적법성 등을 파악하는 업무를 하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리 역할이긴 하지만 절차나 자산 등의 문제를 한 번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펀드 정관상 수탁사가 지정돼 수탁계좌가 있어야만 펀드가 결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일주일새 펀드 수탁잔고 1.5兆↓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생 VC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펀드 수탁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펀드 설정이 늦춰지고 있다.

한 VC업계 심사역은 “은행에서 수탁을 거절하고 있어 새로운 수탁사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며 “조합 설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옵티머스 사태 등 사모펀드에서 대규모 환매중단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생기면서 은행들이 신생 VC 펀드의 수탁업무를 꺼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수탁사는 은행 13곳과 증권사 6곳, 한국증권금융 1곳 등 총 20곳이다. 이 가운데 시중 5대 시중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의 점유율이 75%에 이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탁사 20곳의 사모펀드 수탁 잔고는 지난 7일 기준 433조355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달 30일(434조6242억원)과 비교해 1조5887억원이 줄어든 수치다. 최근 6개월간 꾸준히 규모를 늘려왔지만 일주일 만에 1조5000억원 넘는 금액이 줄어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신생 운용사들의 펀드나, 해외 대체투자 등 실사가 까다로운 펀드들의 수탁업무를 꺼리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검찰이 지난 8월 24일 옵티머스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을 압수수색한 사례까지 생기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굳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출자자는 찾았는데…“수탁사 못찾아”

다만 이러한 현상은 신생 독립계 VC에 한정된 현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장 평판이 좋고 트랙레코드(투자경험)가 우수한 기존 VC는 기존의 수탁사와 계약을 체결해오고 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기존 모태펀드 자금을 받은 VC들은 문제 없다”며 “신생 VC가 만드는 신생 펀드 등이 출자자(LP)를 모집했음에도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매년 벤처투자 규모가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벤처투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신생 VC의 설정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꼽혔다. 한 심사역은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겠다고 하는 곳들이 많아 업무 자체가 밀려 있는 것도 있다”며 “수탁사 입장에서도 내부 리스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펀드 설정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신생 VC 펀드 설정까지) 다 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LP 모집을 은행이나 증권사에게 일부 의존했던 VC의 경우는 펀드 설정이 더 녹록지 않다. LP 모집을 담당하는 VC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처럼 VC 펀드를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수탁뿐만 아니라 판매위탁을 했던 곳은 더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규정상 수탁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펀드를 조성할 수 있는 신기술금융사(신기사)들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VC업계 관계자는 “신기사는 수탁사가 필수가 아니어서 인기가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영원히 수탁사들이 수탁 업무를 안 하는 것은 아니고 내부적인 절차를 완비한 다음에 재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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