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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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정수 박기주 기자] 기관투자가들이 블라인드 펀드 출자를 통해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잡기에 나섰다. 블라인드는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채 펀드 자금을 먼저 모으고 나중에 투자 대상을 찾는 방식이다. 그만큼 누가 운용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특히 안정성도 따져야 하는 기관투자가들은 그간의 성과(트랙 레코드)도 봐야 하므로 까다로운 검증과정을 거치는 국민연금의 출자가 잣대가 된다. 실제 국민연금 사모투자자 선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기관투자가들은 국민연금 위탁사를 잡기 위해 줄줄이 출자사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다만 연기금 자금을 대형 사모펀드(PEF)가 독식하는 모양새라 내년 펀드 조성을 계획하는 운용사들이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기금 블라인드 펀드 잇달아 출자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최근 국내 블라인드 펀드에 최대 12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PEF와 벤처캐피탈(VC)로 나눠서 투자할 예정이며 투자액은 각각 900억원, 300억원 내외다. 위탁사는 3개사씩 총 6개사를 뽑기로 했다.
또한 행정공제회 역시 지난달 말 국내 블라인드 펀드 위탁 운용사 선정을 위한 공고를 내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3개 운용사를 선정해 총 12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며, 이달 중 선정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사학연금은 이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를 블라인드 펀드 위탁 운용사로 선정해 각각 1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한해 업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 접어들었는데도 이처럼 연기금·공제회가 출자사업을 활발히 진행하는 이유는 지난달 말 국민연금이 위탁 운용사 선정 작업을 마치면서 이에 대한 매칭 출자를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운용사 검증에 힘을 쏟기보다는 국민연금에서 평가를 마친 회사에 출자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지난달 27일 국민연금은 라지캡(인수합병 및 경영권 지분 인수) 펀드 위탁 운용사로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선정한 바 있다. 각 운용사에 최대 4000억원을 출자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사업이었다. 이 밖에 벤처·부실채권(NPL) 펀드를 운용할 3개 운용사도 뽑았다.
사학연금이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위탁 운용사로 선정한 시점은 국민연금의 발표 일주일 후였다. 사실상 국민연금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 됐다. 군인공제회와 행정공제회의 결정도 이러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연기금의 출자 계획이 연말로 몰린 것은)내부적인 판단에 따라 출자에 나서는 것도 있지만 국민연금 선정 운용사를 살피기 위함도 있다”며 “이러한 경향 때문에 운용사들이 큰 기관 자금 출자에 사활을 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자금 독식하는 대형사…중소형 PEF의 고민국민연금 라지캡 펀드 운용사인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각각 역대 최대 규모인 2조원, 1조5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출자 사업에서 모두 선정된다 하더라도 목표액을 채우기엔 턱없이 모자른 수준이다. 결국 내년에도 연기금·공제회 등의 출자 사업에 대부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PEF 업계에서는 내년 전망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대형사가 시장 자금을 모두 흡수할 경우 새로운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연기금과 금융기관 등 모두 한정된 예산을 투자하는 만큼 중소형 PEF 운용사들이 따낼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결국 새로운 대형 운용사가 탄생하기 어려운 구조로 이어져 운용사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내년 진행될 국민연금이나 산업은행의 출자 사업에서 중소형 펀드 운용사로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매칭시킬 수 있는 자금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대형 운용사들이 국내에서만 펀드 레이징(자금조달)을 하게 되면 생태계를 해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