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중견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유니슨캐피탈에 시장의 이목이 다시금 쏠리고 있다. 쟁쟁한 글로벌 경쟁자들을 제치고 메디트 인수전의 승자로 낙점된 까닭이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풀리며 인수전이 ‘쩐의 전쟁’으로 격화되는 가운데 유니슨캐피탈이 꺼내 든 ‘진정성’이란 카드가 기존 오너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예 따르면 유니슨캐피탈을 메디트지분 50%+1를 약 3000억원에 사들이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지난 25일 진행된 메디트 본입찰에는 KKR, 칼라일 등 글로벌 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 3곳이 참여했다. 당초 유니슨캐피탈의 총 운용자산(AUM) 3조6000억원 규모의 로컬 PEF 운용사로, 조(兆) 단위 딜에서 경합을 펼치는 경쟁사들과 비교해 열세로 여겨졌으나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메디트 인수에 성공했다.
메디트는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인 장민호 대표가 2000년 설립한 벤처기업으로, 2008년 치과용 3D 스캐너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자체 개발한 ‘i500’은 일주일 넘게 걸리던 치과 보형물의 제작 시간을 한 시간으로 단축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 성장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i500은 현재 70여개 국가에 판매 중이며 내년 초 중국시장에도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장 대표가 유니슨 선택한 까닭은 다름 아닌 진정성 있는 접근법이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유니슨캐피탈은 과거 메디트가 진행한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참여를 고려했지만 경영권 인수(바이아웃) 위주로 투자를 진행했던 회사 특성상 소수 지분 투자 전략을 짜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가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유니슨캐피탈은 지속적으로 메디트와 접촉하며 관계를 유지해 왔다. 본입찰 당시에는 향후 회사에 어떤 인재를 영입해 가치를 끌어올릴 것인지, 중국 시장 진출 공략법은 무엇인지 등 회사가 원하는 세밀한 부분까지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딜은 입찰부터 우협 선정까지 상당히 타이트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유니슨캐피탈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바를 매우 심도 있게 준비해 온 것으로 안다”면서 “기존 경영진이 2대 주주로 남아 경영을 병행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상호작용을 위한 노력이 KKR, 칼라일 등 유수의 PEF 운용사를 넘어서는 데 일조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니슨캐피탈의 진정성 있는 접근 방식은 이미 과거 투자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니슨캐피탈은 식자재 업체 구르메F&B를 인수하기 위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서재용 대표와 접촉했지만 그는 고급 식문화를 전파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사명감과 당시 오르고 있던 기업가치 등을 감안해 매각을 거절했다. 그러나 유니슨캐피탈의 김수민 대표와 신선화 파트너는 주말마다 가게를 찾아 눈도장을 찍으며 끈질기게 구애를 펼친 끝에 인수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또 다른 PEF 운용사 관계자는 “유니슨캐피탈은 몇 년 사이 유모멘트, 구르메F&B 등 투자회수에서 성공했으며, 최근에는 어려운 식음료산업 업황에도 불구하고 공차 매각에 성공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며 “기업 가치가 500억~1000억원 사이인 기업을 인수하는 미들캡 시장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