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한 달 새 상황이 어쩜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요?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오스카) 4관왕을 거머쥐며 역대급 호재에 들썩이던 영화 업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휘청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흐름을 보이자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영향이다.
흥행을 점치던 기대작들이 코로나19 여파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물론 개봉을 앞두던 신작들도 일정이 줄줄이 미뤄지며 올 상반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제2의 기생충을 찾자’며 열을 올리던 금융투자업계도 현 상황을 숨죽이며 지켜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다음 달까지 현 흐름이 지속될 경우 업계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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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후폭풍…하루 관객 5만명대 뚝12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1일 하루 관객은 5만6481명을 기록했다. 앞선 9일과 10일에도 각각 5만1578명과 5만1382명을 기록하는 등 사흘 연속 5만명대에 머물렀다. 2004년 5월 이후 1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이달 1~11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84만606명으로 월트디즈니의 ‘겨울왕국2’ 개봉 첫 주말을 맞은 지난해 11월 23일(190만700명) 하루 관객 수의 44% 수준에 그쳤다. 지난달만 해도 평일 평균 40%, 주말 평균 70% 내외를 오가던 객석 점유율도 반 토막 난 상황이다.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을 발판 삼아 연일 급등세를 보이던 종목들도 코로나19 후폭풍에 따른 업계 침체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기생충의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035620)는 오스카 수상 사흘째인 지난달 13일 주가가 4955원까지 오르며 장을 마쳤지만 이날 2095원에 마감하면서 한 달 새 57%나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바른손이앤에이가 최대주주(32.4%)로 있다는 사실에 테마주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바른손(018700)도 지난달 17일 6200원에서 이날 3090원에 마감하면서 50% 급락했다. 기생충 투자사로 참여하며 상승 흐름에 동참했던
큐캐피탈(016600)과
컴퍼니케이(307930)도 한달 새 30~40%대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개봉작 연기에 수익률 비상…“4월이 분수령” 기생충 수상을 계기로 콘텐츠 투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던 투자업계도 된서리를 맞았다. 기대작으로 꼽히던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개봉을 앞두고 있던 영화들도 일제히 일정이 뒤로 미뤄지며 업계 전체에 살얼음이 꼈기 때문이다.
영화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배급사 측에서 3~4월로 조율하던 개봉작 일정을 뒤로 일단 2분기(4~6월)로 미루자는 연락을 받았다”며 “모처럼 (기생충 호재로) 분위기를 타는가 싶더니 갑작스런 코로나 확산 사태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비는
CJ ENM(035760)과 롯데,
쇼박스(086980),
NEW(160550) 등 영화 배급사가 제작비의 30~40%를 투자하고 나머지 부분을 VC나 자산운용사 펀딩을 통해 모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영화별로 어느 정도 자금을 조정할 수 있지만 개봉작마다 일정 자금(5~6억원)을 자동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분기별로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가 나와야만 펀드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투자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이 영화 업계 실적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4월을 기점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다면 관객 급감 우려가 다소 걷히겠지만 자칫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영화 개봉 일정이 뒤엉키면서 실적에도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영화를 지금 개봉해 수익을 내지 못하느니 차라리 개봉 일정을 미루는 게 났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면서도 “개봉이 2~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밀리면서 올해 계획한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면 운용하는 영화투자 펀드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 | 지난달 21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13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몰 내 CGV 전주효자점이 임시 휴업해 불이 꺼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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