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한두 번 손실 보니 세번째부터는 꺼려졌다. 시리즈 C이후에 투자했다 상장 이후 손실을 낸 경우가 많으니, 이제는 상장까지 가져가기 보다는 시리즈 A~B 단계에 투자해서 C나 D 단계에서 안전하게 팔고 나오려는 기관들이 많다”
상장 전 기업에 지분을 투자했던 벤처캐피탈과 자산운용사 등이 상장 전 단계(Pre-IPO)투자를 피하고 있다. 벤처 스타트업 투자의 주 회수(exit)창구인 코스닥이 맥을 추지 못하면서 투자했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거두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등의 영향으로 상장이 연기되는 일명 ‘물리는’ 경우도 있어 펀드 만기가 짧은 자산운용사의 경우에는 벤처 스타트업 투자를 당분간 중단하는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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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수익 내야 되는데…공모가부터 평가 손실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말 코스닥에 입성한 인공지능(AI) 기반
제이엘케이인스펙션(322510)은 상장일을 포함해 사흘간을 제외하고는 공모가(9000원)를 터치한 적이 없다. 이날은 전 거래일보다 510원(6.91%) 내린 68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당시에도 공모가 밴드에 미치지 못한 수준으로 증시에 입성했지만 줄곧 하락세다.
문제는 상장 전에 지분을 투자한 기관들의 수익률이다. 상장 후 기업가치가 상장 전 투자했던 밸류에이션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투자는 단계별로 최초 투자인 시드(seed)투자 이후로 시리즈 A~D 등으로 점차 단계가 높아진다. 통상 시리즈 C 이후로는 언제든지 증시에 상장을 할 수 있는 단계로, ‘상장 전 투자’로 여겨진다.
제이케이엘인스펙션 시리즈C는 작년 상반기 200억원 규모로 모집됐고 ktb네트워크, 파인밸류자산운용 등이 참여했다. 통상 상장 직전 투자하는 경우는 상장 이후 30%가량의 수익을 내겠다는 목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들 기관의 매입 단가는 주당 1만원 초반대로 알려졌다. 제이케이엘인스펙션의 경우에는 공모가 단계부터 10%가량 평가손실을 낸데다, 상장 이후 줄곧 주가는 하락하며 손실 폭은 더 커지고 있다.
반면 시리즈 A~B에 참여했던 △인터베스트 △에스엘인베스트먼트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비엔에이치인베스트먼트가 투자했던 밸류까지는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초기 단계에 투자해 구주 매각 형태로 회수를 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상장 직전 단계인 시리즈 C, D 라운드에서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때문에 기대 수익률은 낮아졌지만 상장까지 기다리지 않고 시리즈 A,B에 투자해서 시리즈 C, D에 털고 나오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 연기에 기관들도 ‘물린다’상장이 연기되거나 철회되면서 일명 ‘물리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일 센코어테크는 코스닥 상장을 철회했다.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하기도 전이었지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코스닥 시장이 급락하면서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센코어테크 주식 6만9050주(23.65%)를 가지고 있는 주요 주주인 미국 VC인 블루런벤처스(BRV)의 회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벤처투자에 자금이 몰리면서 벤처 스타트업 기업들의 가치 높아졌는데, 상장사들의 가치는 코로나19 등의 악재에 점점 낮아지면서 괴리가 커진 탓이다. 상장을 강행했다가 손실을 내느니,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생각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 전 단계 이미 밸류가 높아져 있는 상황인데, 현재 공모 시장이 좋지 않아 수요 예측을 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VC업계 한 임원은 “과거에는 상장을 하게 되면 상장 특수라는 것이 있었다”며 “주요 주주나 특수관계인이 아닌 VC들은 통상 한 달, 짧으면 6개월 보호예수가 있는데 그 기간 주가가 다 빠지기 때문에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구주 거래도 쉽지 않다. 사주는 기관들의 상황도 여의치 않아서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 들도 자금모집이 잘 안 되는 상황이고 VC들도 모태펀드 이외에는 비슷한 상황”이라며 “비상장이 유통이 잘 되는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