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하나금융투자가 영국 남부 버밍엄시 인근에 보유 중인 갤러거 쇼핑 파크 |
|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기관투자가들이 대체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해외 대체투자 확대에 편승했다가 난항을 겪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자기자본(PI)을 투입해 우량한 대체투자 자산을 들여왔으나 정치적 악재에 발목이 잡혀 기관투자가들에게 셀 다운(인수 후 지분 매각)은 커녕 자체 보유로 떠안을 처지에 놓인 증권사도 있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 투자를 활발히 벌이는 일부 증권사들이 셀 다운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투자가 이뤄졌던 하나금융투자의 영국 남부 버밍엄시 인근 갤러거 쇼핑 파크와 KB증권의 더블린 베케트빌딩을 꼽았다.
하나금융투자는 작년 7월 미국 사모투자펀드(PEF)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가 보유하고 있는 갤러거 쇼핑 파크를 사들였다. PI를 통해 총 1100억원을 투자했고 작년 10월부터 셀 다운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3개월여가 지나도록 아직 국내 기관투자가 모집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 자본 여력이 넉넉할 경우 투자자산을 자체 보유할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셀 다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에서 셀 다운이 막힌다는 것은 장기간 자금이 묶인다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보험사와 공제회 등에 매수의향을 타진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안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기관투자가 반응은 냉랭하다. 우선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 우려 때문이다
한 연기금 부동산투자 임원은 “영국의 브렉시트는 부정적인 이벤트”라며 “이는 영국 관세를 통한 가격 경쟁력 둔화 등으로 이어져 영국 내 투자보다 탈출 전략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그는 “브렉시트 이벤트를 통한 복합적인 영향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쳐 부동산 자산 또한 하방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셀 다운도 배당보다는 최종적으로 인수가 이상의 자산 매각을 통해 수익률이 맞춰지게 되는 것인데 기관들이 이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500억원 들여 사들인 KB증권의 더블린 베케트빌딩도 마찬가지다. 한 연기금 CIO도 “영국에 인접한 아일랜드도 브렉시트가 끼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셀 다운 실패에는 정치적 변수와 파운드화 약세 압력 등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단순한 우려와 추종일 수는 있지만 투자심리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다”며 “기관투자가들이 한 해에 수십조원씩 쏟아내는 국내 시장을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겠지만 변수는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계 자본이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면서 투자 공백마저 발생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해외 자본 유출을 제한하는 정책 탓이다.
실제로 LA타임스는 LA 다운타운의 ‘오션와이드 플라자’ 건설 공사가 중국계 모기업인 오션와이드 홀딩스로부터 자금 공급이 끊기면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다국적 법무법인 베이커앤드맥킨지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2017년 290억달러에서 2018년 48억달러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기금 CIO은 “대체투자는 한 번에 자금이 나가는 게 아니라 부분적으로 출자하는 ‘캐피탈콜’ 형식이 일반적”이라며 “중국 자본의 자금 통제는 글로벌 대체투자 곳곳의 잡음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수익에 목마른 기관투자가들이 위험도 높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에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해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CLO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에 대한 은행의 대출채권을 묶어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의 일종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대표 상품 가운데 하나다.
한 연기금 부동산투자 담당 임원은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작년까지도 대체투자의 하나로 CLO 등 구조화 상품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또 캐피탈 마켓에 사모대출채권(PDF) 운용사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조화 상품 투자는 경기 악화로 기업 한 곳만 문제가 생겨도 줄줄이 기업들이 엮여 있는 만큼 그 파급효과는 크다”며 “10년에 한 번씩 오는 금융위기론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한 연기금 CIO는 “작년에 다양한 위험자산이 정치적 불확실성에 흔들렸다”며 “대체투자도 시차의 문제이지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정부의 정책과 함께 움직이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보호막이 처져 있는 대체투자에 주목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