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최근 A 연기금과 B 공제회는 영국계 사모펀드운용사 액티스(Actis)가 수도권에 개발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에 상당 규모 자금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액티스는 상업용부동산 투자 전문 사모펀드로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액티스는 이번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상당수 기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글로벌 투자사 인베스코(Invesco)는 최근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진행하고 있는 경기도 안산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개발에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전체 사업비 5300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데이터센터 사업의 전망을 밝게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한국 자본 빈 자리 채우는 외국계 자본17일 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데이터센터 개발 및 운용에 액티스 등 외국계 투자자들이 기회를 노리며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로 인해 신규 투자는 커녕 기존 사업도 간신히 유지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이 틈을 노린 외국계 자본이 알짜 투자처를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액티스는 경기도 안양과 서울 영등포 등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액티스는 국내 4개 데이터센터를 개발 중인데, 올해 들어서 안양시 호계동에 위치한 40메가와트(㎿)급 대형 데이터센터인 에포크안양센터를 준공했다. 이 데이터센터에는 총 4200억원이 투자됐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
액티스는 국내에서 빠르게 데이터센터를 선점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현재까지 국내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만 총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 역시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 중인 대표적인 외국계 운용사다. 작년 경기 하남시 데이터센터(하남IDC)를 이지스자산운용으로부터 총 7340억원에 인수했다. 이 데이터센터는 카카오와 LG CNS가 임차한 우량 매물로 꼽혔다.
한 건설사 재무팀장은 “최근 국내에서 사업성이 있고, 인허가가 나서 정상적으로 공사가 진행되는 물류센터 건은 대부분 외국계에서 지분을 20~30% 넘게 가져가고 있다”면서 “또는 개발에 깊숙히 관여하는 건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데이터센터에 해외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이유는 앞으로 전망이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인·허가가 까다로워 수요가 늘어난다고 공급을 무조건적으로 늘릴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데이터센터 필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금도 경력도 밀리는 국내 운용사전망은 밝지만 국내 자본보다는 외국계 자본의 데이터센터 등 국내 부동산 투자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최근 수 년간 사실상 고사 상태에 빠지면서 새로운 먹거리인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관련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그동안 터져 나왔던 부동산 PF 부실을 수습하는데 에너지를 쏟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신규 사업 확장에 신경 쓰기 어려운 분위기다.
그 사이 외국계 운용사들은 자본력과 경험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빈 자리를 차지하며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인·허가가 워낙 까다로워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액티스 뿐만 아니라 에어트렁크, 세라야(Seraya) 등이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에 관심이 높은 대표적인 외국계 운용사다.
글로벌 운용사 외에도 데이터센터 운영업체인 에퀴닉스(Equinix), 디지털 리얼티(Digital Realty), 디지털 엣지(Digital edge) 등이 국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수만도 총 9개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상암, 고양, 부평, 김포 등 수도권 데이터센터를 보유·운영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험이 부족한 국내 운용사들이 외국계 운용사에게 밀리게 되면 관련 경험을 쌓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된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국내 운용사와 글로벌 운용사와의 격차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즉, 외국계 자본의 국내 데이터센터 등 부동산 투자 시장을 잠식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가 그렇게 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고 그 정도의 깊이도 없다”면서 “데이터센터는 일반 상업용 부동산보다 상대적으로 단가도 높은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국내보다는 글로벌 운용사정도 돼야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