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주식 상장) 시장이 꽁꽁 얼어 붙었다. IPO 흥행에 실패한 기업들이 줄을 이으면서 시장 전망도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오는 4분기 두산밥캣을 비롯해 넷마블게임즈,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어들이 IPO를 앞둔 만큼 이들의 흥행 여부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에 IPO 시장 현황과 전망, 정부의 관련 정책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올해 하반기들어 IPO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IPO를 실시하더라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수요 예측에서 몸값(공모가)을 낮춰 증시에 입성하는 기업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두산밥캣 등 IPO를 앞둔 대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반기 상장 기업 중 절반 이상 공모가 하회…수요 예측 등 추진 단계부터 불안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현재까지 IPO를 진행한 기업(코스피, 코스닥 이전 상장 포함·스팩 상장 제외) 24개 중 13개(54.2%)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IPO를 포기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인테리어 전문기업인 까사미아는 기관 투자자들이 공모에 많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IPO 계획을 철회했다.
최근에는 수요 예측 등 상장 추진 단계에서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기업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음 달 4일 코스피 시장에 입성하는 화승엔터프라이즈는 공모가가 희망밴드 1만4600~1만6500원의 하단인 1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운동화 제조·개발생산업체(ODM)인 화승인더스트리의 베트남 현지 법인 화승비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화승비나의 국내 증시 IPO를 위해 설립된 중간지주회사다. 화승비나는 아디다스에 운동화를 납품하는 ODM업체 중 납품량 2위로 경쟁 업체와 비교해 운동화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게 장점이다.
앞서
엘에스전선아시아(229640)도 공모가가 8000원으로 희망밴드 1만~1만1500원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엘에스전선아시아는 국내 특수목적법인(SPC)의 첫 IPO 사례인데다 현지 기업과 10년 이상 기술 격차가 벌어지는 등 독보적인 기술력을 지니고 있어 기대가 컸다. 하지만 희망밴드 안에 들어온 기관 투자자의 신청이 4%를 밑도는 등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기록했다. 엘에스전선아시아는 이날 코스피시장에 입성했지만 주가가 공모가를 훨씬 밑도는 6350원에 마감했다.
신규 상장 기념식에 이례적으로 국회의원과 거래소 이사장 등이 참석해 이목을 끌었던 주방용 조리기기업체
자이글(234920)도 공모가가 희망밴드인 2만~2만3000원의 절반 수준인 1만1000원에 그쳤다. 주가 역시 10150원으로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대기 수요·불투명한 증시 전망 영향…“두산밥캣 변곡점될 듯”IPO 시장의 침체 원인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먼저 두산밥캣과 넷마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곧 IPO 대열에 합류할 대어를 기다리는 일종의 대기 수요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두산밥캣, 넷마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빅3’의 총 예상 공모금액은 5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하반기에 상장한 기업들의 성적이 신통치 않은 점도 한몫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공모 규모가 조단위를 넘어서는 대어를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꽤 있다”며 “증시가 중소형주보다 대형주 위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외 주식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바이오기업 신라젠이 IPO 시점을 삼성바이오로직스 뒤로 미룬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유로는 불투명한 국내 증시 전망 탓에 투자자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증시를 둘러싼 대외 여건으로는 연말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미국 대선 등이 굵직한 이벤트가 있다. 여기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배터리 이슈까지 겹치며 국내 증시에 대한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산밥캣이 앞으로의 시장 분위기를 가늠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산밥캣은 2010년 상장한 삼성생명 이후 가장 큰 공모 규모로 ‘빅3’ 중에서 가장 먼저 IPO에 나선다. 두산밥캣은 다음 달 12~13일 이틀간 공모 청약을 거쳐 17일 코스피시장에 상장한다. 희망공모가를 4만1000원~5만원으로 계산할 경우 공모 규모는 2조~2조4000억원에 달한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의 IPO를 통해 골칫거리였던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 부담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두산뱁캣의 공모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IPO 시장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이는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