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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VC 펀딩 성공하면 뭐하나…수탁사 못 찾아 낭패

[VC 구조조정 본격화]③
돈 안 되는데 리스크는 높아 금융권 수탁업무 'NO'
블라인드펀드 못 만드는데 프로젝트펀드까지 난항
중기부 "법 개정 외 대안 없다", 금융당국 역할 요구도

등록 2022-06-10 오전 3:00:00

수정 2022-07-26 오전 9: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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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국내 한 중소형 벤처패키털(VC) A 사는 최근 50억원 규모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하고자 했지만, 이를 맡아줄 수탁기관을 찾지 못해 좋은 투자 건을 놓쳤다. VC들은 벤처투자조합 결성 시 규모와 관계없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금융기관에 재산을 수탁해야 신규 펀드를 조성할 수 있는데, 금융권마다 수탁을 거절하면서 수탁기관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던 탓이다. A가 가져가려던 딜은 결국 블라인드 펀드를 운용하면서 투자 여력이 있던 다른 VC의 손에 넘어갔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VC들 가운데 펀드레이징에 성공했음에도 금융기관에 수탁을 맡기지 못해 신규 펀드 결성에 차질을 빚는 하우스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생이나 중소형 VC들은 눈에 띄는 트랙레코드를 보유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하기 어려워, 투자 대상을 정하고 펀드레이징하는 프로젝트 펀드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수탁계약을 맺는 데 차질이 생기면서, VC 경쟁 심화와 증시 조정에 따라 생겨나는 위기감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수탁계약서가 없으면 VC들은 펀드 결성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은행과 증권사, 산업은행, 농협, 예탁결제원 등이 수탁업무를 담당한다. 연간 수탁보수율은 펀드 설정액의 0.05%에 불과한데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불법운용 사태로 수탁사에 대한 책임논란이 거세지자 수탁업무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VC들이 급격히 늘고 저마다 신규 펀드를 결성하면서 업무가 몰리자 수탁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진 상황이다.

국내 한 VC 관계자는 “수탁에 따른 보수는 적은데 일은 많고 특히 해외 투자 건이 껴 있으면 업무량은 더 늘어나기 때문에 은행에서 이를 꺼린다”며 “벤처투자조합뿐 아니라 개인투자조합도 최근 너무 많아지면서 아예 수탁업무를 거절당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이어 “모태펀드 등 정책자금 출자를 받거나 규모가 큰 펀드가 아닌 이상 수탁을 맡기기가 매우 힘들다”며 “블라인드 펀드를 이미 만들어 굴리는 하우스는 문제가 안 되겠지만, 신규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어야 하는 VC는 수탁기관에 웃돈을 얹어주고 돈을 맡기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당장 해결책이 없는 상태다. 액셀러레이터(AC)와 VC들의 호소에 지난해 9월 개인투자조합에 대해서는 투자조합 재산 의무 위탁 기준을 종전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대안을 마련했다. 벤처투자법상 개인투자조합의 경우 위탁 의무 기준으로 10억원 이상 펀드를 결성하면 수탁을 맡겨야 한다는 근거 규정이 있는데, 이를 일부 조정한 것.

그러나 벤처투자조합의 경우 규모 자체가 20억원 이상이어야 결성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정해뒀기 때문에 수탁 의무 관련한 근거 규정이 따로 없다. 개인투자조합처럼 의무 수탁 기준을 변경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려면 관련법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현재 개정 논의는 진행하지 않는 상황이다. 수탁업무를 맡을 기관을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 늘리는 것도 대안으로 생각 중이지만, 이조차도 금융당국에서 수탁기관을 지정해두고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중기부 측 설명이다.

중기부 측은 이전보다 수탁에 따른 수수료율은 올라가고 있지만, 업무 자체를 거부하진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각 수탁기관에서 인원이나 시스템을 보강하면서 수탁 여력이 생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관련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애초에 법에서 의무화하도록 명시돼 있어 법 개정말고 취할 수 있는 대안은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수탁 업무를 의무화하도록 목소리를 내는 등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감지된다.

이와 관련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벤처투자조합도 수탁 의무 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올 4월 대표 발의했지만, 현재는 소관위 접수만 된 상태여서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예린 기자

yea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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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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