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도 반한 네이버 ‘디지털 트윈’…서비스 곳곳 녹아 ‘일상 침투’
- ‘韓 최대 플랫폼’ 네이버의 미래 전략…“온라인 서비스, 오프라인 연결” 현실 공간 디지털 옮겨 ‘로봇 눈’ 활용…사우디 5개 도시에 플랫폼 구축 ‘디지털 트윈’으로 고도화된 네이버 지도·부동산…“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 등록 2024-09-18 오후 8:00:02
- 수정 2024-09-18 오후 8:00:02
‘사람 모인 곳에 돈이 돈다.’ 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시장 원칙’ 중 하나입니다. 숱한 사례와 경험으로 증명된 이 명료한 문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에도 유효한 듯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스마트폰 등장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현실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고, 여전히 돈을 돌게하고 있죠.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을 의미하는 ‘플랫폼’은 ICT 시대를 마주하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도달하는 ‘종착역’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매력을 높여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플랫폼 기업의 생리를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당신이 머무는 종착역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네이버는 PC 보급·인터넷 대중화·스마트폰 등장 등 다양한 시대 변화에 대응하며 ‘한국 최대 플랫폼 기업’이란 지위를 거머쥐었다. 네이버가 기술 변화에도 꾸준히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으론 적극적인 연구개발(R&D) 개발이 꼽힌다.
네이버는 IT업계에서 R&D 투자를 선제적으로 진행하는 기업 운영 기조를 지닌 곳으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총 13조4475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R&D 비용으로 썼다. 이는 국내에서만 월마다 4000만명 이상이 접속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고, 회사는 이런 영향력을 발판 삼아 사업을 금융·모빌리티·콘텐츠·커머스 등으로 순차 확대했다.
이런 네이버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기술은 단연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을 가상에 옮기는’ 기술을 말한다. 실제 세계를 디지털 공간에 정밀하게 구현, 시뮬레이션 등을 진행하는 개념이다. 현실을 가상 공간에서 옮기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을 통한 분석이 수월해진다. 사업 진행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서비스·기기 등의 성능을 높일 방안을 찾는 식으로 활용된다.
네이버가 R&D 자회사 네이버랩스 등을 통해 디지털 트윈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는 배경으론 ‘생활 플랫폼 구축’ 전략과 무관치 않다. 네이버는 ‘온라인의 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연결해 사람이 생활하는 일상 공간 자체가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으로 작동하게 만들어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비전을 실현할 분야로는 ‘로봇’을 꼽고 있다. 로봇에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를 탑재해 ‘사람의 공간’에 침투하겠단 전략이다.
네이버의 이런 전략을 최근 세계 최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주목하기도 했다. 모건스탠리는 네이버를 ‘글로벌 대표 로봇 기업’으로 선정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로봇 기술을 뒷받침하는 반도체·배터리 등의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이 여럿 포함됐지만 ‘휴머노이드 기술 제공자’(enabler)로 이름을 올린 곳은 네이버가 유일하다.
디지털 트윈은 ‘로봇이 이해하는 위한 지도’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제2사옥 ‘1784’의 모든 공간을 이 기술을 통해 디지털 공간에 고스란히 옮겼다. 이는 1784에 도입된 100여 대의 클라우드 기반 로봇들이 원활히 작동하는 기술적 배경이 됐다. 디지털 트윈으로 본뜬 지도가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구조다.
네이버는 이런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중동 수출’이라는 성과를 달성한 바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랩스·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MOMRAH)로부터 국가 차원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5년간 클라우드 기반의 3차원(3D) 모델링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운영하는 게 당시 사업 계약의 핵심 골자다. 네이버는 이에 따라 현재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비롯해 메디나·제다·담맘·메카 5개 도시를 디지털 공간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규모는 1억 달러(약 13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사우디 사업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사우디에서 진행된 3회차 ‘글로벌 AI 서밋 2024’(Global AI Summit·GAIN 2024)에 이 GI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등이 총출동해 사우디 현지 사업 확대 목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네이버는 특히 이 행사를 계기로 AI 관련 주요 정부 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IT 업계 관계자는 “기존 공장 등 산업현장에서 도입이 활발했던 디지털 트윈이 최근 엔터테인먼트 등 소비자향(B2C) 서비스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공간정보는 특히 데이터 주권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분야다. 이 중에서도 디지털 트윈은 파급효과가 높은 기술인 만큼, 국내 관련 산업의 육성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서비스 전반에 스며든 ‘디지털 트윈’
네이버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사우디 사업뿐 아니라 자사 서비스 강화에도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 서비스 곳곳에 ‘현실을 디지털로 옮기는’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편의 서비스가 구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네이버페이가 운영하는 부동산 서비스에 도입된 ‘가상현실(VR) 매물 투어’와 ‘VR 단지 투어’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서비스 이용자는 원하는 단지 전체를 조망하는 걸 넘어 특정 매물의 방·거실·화장실 등 내부 곳곳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공간의 가로·세로 크기를 3D 모델에서 직접 측정해 볼 수도 있는 기능도 강점으로 꼽힌다.
네이버랩스는 네이버페이가 이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하도록 실제 아파트 단지를 그대로 디지털 공간에 복제한 3D 지도를 만들었다. 네이버랩스가 자체 개발한 디지털 트윈 구축 기술을 집대성한 솔루션 ‘어라이크’(ALIKE)가 VR 투어 서비스 밑단에서 돌아가는 구조다. 이 솔루션은 빌딩부터 도시 전체를 정밀 공간 데이터로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미래 기술 연구 자회사 네이버랩스가 로보틱스 및 자율주행 분야를 집중하며 만들어 낸 기술”이라며 “어라이크 솔루션으로 업그레이드된 네이버 부동산 VR 투어 서비스는 드론·파노라마 카메라 등으로 직접 촬영한 사진을 AI로 3차원 복원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품을 팔지 않더라도 ‘손품’만으로 특정 단지와 단지 내 특정 매물에 대한 보다 생동감 있고 구체적인 ‘임장 투어’가 가능해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해 다른 서비스들과 차별화를 이뤘다는 설명이다. 그간 부동산 서비스는 통상 건축평면도를 단순 3차원 그래픽으로 변환하는 수준에 그쳤다.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 외에도 지도 거리뷰 서비스에도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접목된 상태다. 그간 지도 서비스 내 거리뷰 기능은 파노라마 사진을 이어 붙인 형태에 가까웠다. 네이버는 지난 4월 디지털트윈 기술로 네이버 지도 거리 서비스를 보다 생생한 고화질로 재탄생시켰다. 빌딩 이름은 물론 카페나 병원 등 상호와 같은 3차원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랩스는 이를 구축하기 위해 신규 디지털 트윈 장비 P1을 활용했다. 해당 서비스는 현재 강남역과 북촌 일대에 적용돼 있다. 연내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디지털 트윈 기술 적용 범위를 엔터테인먼트 분야로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네이버웹툰 원작의 드라마 ‘스위트홈 시즌2’에도 이 기술이 활용됐다. 스위트홈 시즌2에서는 무너진 잠실야구장에서 생존자들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의 배경은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을 기반의 시각특수효과(VFX)로 제작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 분야는 아직 제대로 된 활용 사례나 대중화가 되지 않은 얼리-테크(초기 기술) 시장에 가까운 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특히 도심 단위의 디지털 트윈을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은 네이버가 세계적으로 독보적이며, 이를 글로벌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R&D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활용 사례를 발굴해 가며 비즈니스 경쟁력까지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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