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금투세 토론 촉각…“큰 손 떠나면 개인 투자자 피해 커질 것”

  • 오는 24일 금투세 토론회 개최 앞두고 정치권 공방 가열
  • 등록 2024-09-18 오후 7:00:02
  • 수정 2024-09-18 오후 7:00:02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지난 5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촉구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추석 연휴 이후인 오는 24일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 토론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발(發)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다. 금투세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면서, 증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여야는 지난 11일 경제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놓고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금투세 시행 시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폐지’에 힘을 실었고,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도입 시 긍정적인 효과들을 부각하며 반대 주장을 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재명세’(이재명 세금, 일부 투자자들이 금투세를 가리키는 말) 하나로 국장(국내 증시) 혼자 금융 위기라는 말들이 나온다”며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손 투자자들이 떠나게 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이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금투세는) 주식 투자에 대해서 부정적 신호를 주고, 결과적으로 대체 투자처인 부동산 투자로의 구축 효과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며 “큰손들이 주식을 팔아서 그 돈을 부동산 시장에 쓰게 되면 부동산의 가격 상승과 영끌 투자 악순환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기획재정부와 조세연구원의 ‘주식시장 과세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를 인용해 “금투세 부과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기보다 오히려 투자를 장려할 수 있다”며 “금투세를 도입해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이어 “금투세 시행은 증세가 아니라 그동안 누락했던 세금을 걷는 과세 정상화”라며 “중산층의 재산증식은 최대한 보호하면서 대규모 자본 소득에 정당한 과세를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금투세에 대한 ‘시행론’과 ‘유예론’이 맞서고 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현재 국내 주식시장이 금투세를 과세할 만한 여건을 갖췄는지 다수 국민은 확신을 갖지 못한다”며 “우리 증시가 더 안정화·선진화돼 매력적인 시장이 된 후에 도입돼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당론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당내에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며 “신중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금투세 ‘시행론’ vs '유예론‘…폐지 대신 완화 가닥도 

그동안 민주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금투세 시행 유예 주장을 펼쳐온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당내 의원총회 등 금투세 논의 참여를 위해 “출장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의원을 비롯해 이연희, 전용기 의원 등도 공개적으로 금투세 유예 필요성에 손을 들었다.

민주당 최고위원 가운데 처음 공개적으로 금투세 유예론이 나온데 대해 국민의힘 측은 큰 틀에서 “같은 의견이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내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유예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폐지를 결단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금투세 폐지에 힘을 싣는 목소리를 냈다. 최 부총리는 지난 11일 “과세 대상이 소수이기 때문에 그분들에 대한 부작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 1400만 투자자들에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은행으로 치면 뱅크런(현금 대량 인출 사태) 같은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얘기하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 중에서 주식시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던데 전부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것이 금투세 같은 게 시행되면 ‘해외로 가겠다, 국내에 투자하고 있는 것을 빼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돈 많은 분들은 부동산 시장이나 다른 자산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결국은 국내 주식 시장 외의 다른 어떤 자산시장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그는 증권거래세 등에 대해선 “금투세 폐지를 결정하면 시장의 불안 요인이 없어지니까 주식시장 과세 전반에 대해 제로베이스(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24일 금투세를 주제로 당내 토론회를 연다. 최근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완화 또는 유예를 제안하고,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도 완화하자는 의견을 낸 데 따른 것이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중산층 표심’이 절실한 민주당으로서는 세제 이슈 선점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폐지 대신, 세 부담을 대폭 완화해 예정대로 시행하는 안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관측이다.

SRE 랭킹
※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