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도록 종과 횡으로 사업 구성할 것”

  •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 인터뷰 투자 혹한기 348억원 규모 시리즈B 유치 비결 꾸준한 매출 상승에 흑자전환…2025 상장 도전 새해 건강기능식·뷰티 브랜드 신규 론칭 예정
  • 등록 2024-01-16 오후 4:44:13
  • 수정 2024-01-16 오후 4:44:13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송재민 기자] “북, 장구, 거북선…한국의 전통을 담은 선물들을 양 손에 들고 무작정 표를 끊어 독일로 향했죠. 그리고 3개월간 매달린 결과 독점 계약을 따 낼수 있었습니다.”

올해 348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한 푸드테크 스타트업 이그니스의 이야기다. 유동성이 메마른 시기, 성장성이 담보된 이그니스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2025년 상장을 목표로 내실을 다지고 있다.

이그니스의 투자 유치에는 엑솔루션 인수가 큰 역할을 했다. 엑솔루션의 개폐형 캔뚜껑 기술을 자사 캔 음료 ‘클룹’에 접목해 편의점 등에 납품하고 있었던 이그니스는 엑솔루션의 부도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그리고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가 다시 독일을 찾은 건 납품 4개월만인 지난해 7월이었다. 

위기를 기회로…글로벌 진출 단초된 엑솔루션 인수

박 대표는 이 위기를 ‘기회’로 봤다. 직접 회사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당시 숨가빴던 상황을 회상하며 ‘굉장한 스케줄’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주 동안 뮌헨·브레멘·슈투트가르트 등 독일 전역의 설비 공장을 돌았다. 실사부터 납입까지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아 인수를 마칠 수 있었다” 고 설명했다. 

이 결정은 박 대표가 글로벌 진출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된 계기가 됐다. 엑솔루션이 보유하고 있던 글로벌 인프라를 이용해 펩시 등 대규모 해외 브랜드와의 협업으로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 이그니스가 보유한 독일 공장에서 생산해낼 수 있는 물량은 연간 1억2000개 수준으로, 설비를 늘려 내년엔 6억개까지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처음부터 이런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박 대표는 공동창업자이자 대학 동기였던 윤세영 이사와 2014년 월세 40만원짜리 좁은 건물 한 켠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박 대표는 “겨울에는 외풍이 너무 심해서 키보드 치기도 힘들었다”며 “그래도 그 장소에서 처음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쾌거를 이루는 등 좋은 일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두 사람의 의기투합으로 만들어진 첫 번째 결과물이 ‘랩노쉬’다. 랩노쉬는 국내 최초 기능성 단백질 간편식 브랜드로,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기를 끌던 사업 아이템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박 대표는 “당시 윤 이사와 한 달 동안 랩노쉬만 먹으면서 매주 영양검사를 하는 방식으로 테스트를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간편식이 유행을 끌면서 대기업들이 모두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먼저 선점한 덕에 현재 편의점에서 프로틴 밀크로는 1,2위를 다투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6년 15억원 수준이었던 이그니스의 매출은 닭가슴살 한끼통살, 곤약 브랜드 그로서리 서울, 캔음료 브랜드 클룹 등을 론칭하면서 2021년 146억원, 2022년 502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박 대표는 “9년동안 한 번 빼고 다 적자였다”며 “매출 성장은 계속 있었지만 적자 구조를 탈피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매출도 작년 대비 두 배 이상 뛰었고 영업이익도 흑자전환을 한 첫 해라서 굉장히 의미가 깊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어떠한 충격과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그니스’ 될 것”  

이그니스는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 회사, 즉 ‘브랜드 디벨로퍼’가 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박 대표는 “다만 꼭 브랜드를 새롭게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당장 인수 계획은 없으나, 좋은 브랜드가 있으면 인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식품회사의 영업이익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직계열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식품회사들은 수출을 많이 하는 회사가 아니라면 비싼 원가 때문에 영업이익율이 10%을 넘기기는 어렵다는 한계에 직면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박 대표는 최근 이그니스의 물류 자회사로 이지로지스를 설립했다. 물류체인을 통합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마진율을 올리겠단 것이다. 그는 “이지로지스는 상온 및 냉동 물류 자회사로 보관·피킹·패킹까지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최근 관심사는 ‘생산 공장’이다. 트렌드가 빨리 바뀌지 않는 사업의 카테고리에 공장이 적절하다는 게 생각이다. 박 대표는 “최근엔 공장 인수나 설립에 관심이 생겼다”며 “식품 트렌드가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 트렌드를 가져갈 수 있는 카테고리로 음료공장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방향으로 확장해 흔들리지 않는 회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조합이 좋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함으로써 회사가 흔들리지 않게 할 것”이라며 “유통 채널의 경우 온라인이 휘청이더라도 오프라인몰과 자사몰이 버티도록 하는 등 종과 횡으로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24년에는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인다. 이그니스는 오는 1월 건강기능식 브랜드 ‘닥터랩노쉬’를 신규 론칭한다. 이어 3월엔 뷰티 브랜드 론칭을 앞두고 있다. 안정성이 높은 식품과 성장성이 높은 뷰티 사업을 동시에 확장하면서 안정적으로 회사 규모를 키우겠단 전략이다. 

박 대표는 “LG생활건강은 치약, 샴푸 등 생필품도 팔지만 음료도 팔고 뷰티 사업도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를 마주해도 완만한 상승세를 그리는 것을 보면서 이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그니스를 100년이 지나도 망하지 않을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2025년에는 국내 증시 상장에 도전한다. 현재는 상장 주관사 선정을 진행 중에 있다. 이그니스는 내실을 다진 뒤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국내 캔 시장은 1년에 60억캔 정도 규모다. 반면 미국은 1년에 소비되는 캔 수가 700억캔, 400조 규모의 시장”이라며 “음료 시장의 격전지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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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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