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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브론, 베네수에 70억달러 투자…원유 생산 2배로 늘린다

5년내 하루 28만→60만배럴…오리노코 유전 2곳 확보
이탈리아 에니도 후닌-5 운영권…연 15억달러 투입
백악관, 원유 통제 압박…'수사 대상' 기업인과도 손잡아

등록 2026-09-03 오후 2:59:27

수정 2026-09-03 오후 2:59:2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석유 대기업 셰브론이 베네수엘라에 70억달러(9조 5200억원)를 투자해 원유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미국 석유 메이저가 내놓은 첫 대규모 투자여서 주목된다.

(사진=AFP)
(사진=AFP)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셰브론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PDVSA와 새로운 사업 조건에 합의하고, 앞으로 5년간 여러 합작사를 통해 생산량을 하루 60만배럴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현재 생산량 하루 28만배럴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셰브론은 초중질유가 몰려 있는 오리노코 벨트의 카라보보 지역에서 신규 유전 2곳의 개발권도 확보했다.

마이크 워스 셰브론 최고경영자(CEO)는 사업 확대 결정이 “이 나라의 풍부한 자원 잠재력에 대한 우리의 확신을 반영한다”며 앞으로 “수십년간” 베네수엘라가 경쟁력 있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무겁고 끈적해 캐내고 옮기기가 까다롭지만, 셰브론은 총비용이 배럴당 20달러(2만 7200원)를 밑돌 것으로 봤다.

같은 날 이탈리아 에니도 오리노코 벨트의 대형 유전 후닌-5의 운영권을 따냈다. 2010년 처음 광권을 얻은 곳으로 매장량이 350억배럴에 이르지만 생산량은 하루 1만2000배럴에 그친다.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에니는 연 15억달러(2조 400억원)를 투입해 생산량을 40만배럴까지 늘릴 계획이다. 미 제너럴일렉트릭(GE)도 이날 계약서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미국이 통제할 수 있는 원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국제 기업들의 투자를 재촉해왔다. 서명식을 지켜본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장관은 카라카스에서 “일이 굴러가게 만드는 결정적인 단계”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 1월 군사작전으로 마두로 전 대통령을 체포한 뒤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의 과도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과도정부가 세금과 로열티 조건을 바꾼 새 탄화수소법을 통과시키면서 투자 매력도 높아졌다.

하지만 올해 투자 속도가 더디다는 워싱턴의 불만이 제기됐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발표한 이례적인 에너지 거래로 이어졌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2위 석유회사 노스아메리칸블루에너지파트너스(NABEP)의 지분 35%를 갖는다는 내용이다.

NABEP는 미국과 손잡고 베네수엘라 원유 매장량의 약 5분의 1을 통제하게 되며, 접근권을 얻은 유전 17곳에 1000억달러(136조원)를 끌어들이는 것이 목표다. 셰브론의 이번 투자는 이와 별개다.

문제는 이 회사를 이끄는 알레한드로 베탕쿠르가 현지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기업인으로 꼽힌다는 점이다. 그는 미국과 스페인, 스위스에서 자금세탁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미국에서는 기소되지 않았고 본인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그를 카라카스 협상의 중재자로 쓰기 위해 스위스 검찰에 기소 없이 사건을 종결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라이트 장관은 베탕쿠르에 대한 질문에 “사업에서는 말만 좋아서는 안 된다고들 하는데, NABEP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답했다. 로드리게스 권한대행도 베네수엘라 내 수사가 기소 없이 종결됐고 미국에서도 사건이 없다며 “종종 사람은 법정에서 재판받기 전에 언론에서 먼저 재판받는다”고 두둔했다.

반면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아직 관망하고 있다. 2007년 우고 차베스 정권의 국유화로 수십억달러 규모 자산을 빼앗긴 기억 때문이다. 셰브론과 에니는 미국의 제재를 면제받아 현지 사업을 이어왔고, 워싱턴은 이들을 베네수엘라 석유 부문에서 커지는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을 막는 방파제로 여겨왔다.

BP와 셸도 올해 베네수엘라에서 신규 사업을 발표했다. 대부분 해상 가스전에 초점을 맞췄다.

방성훈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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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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