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내외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도 제조 분야 전문가의 국내 제조업 업황 현황·전망에 대한 긍정 인식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 기대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압력이 앞선 우려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산업연구원이 이달 5~11일 119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제조업 업황 2월 현황과 3월 전망 설문조사 결과를 집계한 결과, 2월 현황과 3월 전망 전문가 설문조사지수(PSI)가 모두 상승했다.
2월 현황 PSI는 전월 88에서 95로 7포인트 올랐고, 3월 전망 PSI도 97에서 101로 4포인트 올랐다. PSI는 각 업종 전문가에게 세부 경영지표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를 묻고 이를 0~200 사이에서 수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긍정 응답이 많으면 높아지고 부정 응답이 많으면 낮아진다.
2개월 연속 동반 상승이다. 이 지표는 지난해 12월 탄핵과 함께 급락했으나 지난달 반등한 데 이어 이달 더 올랐다. 특히 3월 전망치는 부정 응답보다 긍정 응답이 더 많아지며 100을 넘겼다.
세부 지표도 대체로 좋았다. 3월 전망 PSI 기준 국내시장판매(102)는 물론 트럼프발 관세전쟁 불안이 감도는 수출(110) 역시 긍정 응답이 많았다. 생산(102), 재고(117), 투자(99), 채산성(98), 제품단가(99) 등 다른 항목 역시 100을 웃돌거나 100에 육박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10대 업종 중 디스플레이(115)와 전자(115), 자동차(104), 화학(100), 철강(114), 바이오·헬스(100) 등 6개 업종이 100을 웃돌았다. 특히 디스플레이는 전월 85에서 30포인트 올랐다. 반도체(95)는 100에 못 미쳤으나 전월(83) 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전월대비 하락한 업종은 조선(93), 기계(88), 섬유(86) 3개 업종뿐이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 기대와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압력이 앞선 우려보다는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월별 업황 전망 PSI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발령한 직후 이뤄진 조사에서 75까지 떨어졌으나 올 1월엔 97, 이달 다시 101로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해 10월 당선 전후 전 세계를 상대로 10~20%의 보편관세를 일괄적으로 부과하겠다고 말하며 우려를 키웠으나 지난달 취임 후엔 국가·업종별로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상호관세 개념을 꺼내 든 상황이다. 60%로 예고됐던 대중국 추가 관세는 10%,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도 행정명령에는 서명했으나 실제 시행 직전 유예한 상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오는 4월1일 상호관세 등 내용을 담은 새 통상정책을 발표할 예정인 만큼, 이번에 조사한 3월 업황까지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