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채권시장 단기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작년 연말부터 이어졌던 무정부 상태는 해소됐지만 이에 따라 바뀌게 될 경제정책과 추경 규모 등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크레딧 시장 분위기가 급격하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로 미뤄뒀던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이어질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크레딧 스프레드(국고채 3년물과 무보증 AA- 회사채 3년물 간의 금리 차)는 56.8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대선 직전인 지난 2일 기록했던 57.6bp에서 크게 변동 없는 수준이다. 연초 70bp에 가까웠던 크레딧 스프레드는 지난달 50bp대까지 축소되면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문제는 국채 금리다. 시장 전문가들도 새 정부가 들어선 데 따른 국채 금리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확실시 되고 있고, 추경 규모로 시장 예상보다 큰 40조원 이상까지도 나오고 있는 만큼 국채 금리가 상승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것이다.
 | 국채 3년물과 회사채(무보증 3년) AA- 등급 금리 추이(자료: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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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장기물인 3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일 2.650%에서 이날 2.781%까지 오르면서 하루만에 13bp가 넘는 변동성을 보이기도 했다. 3년물 국채 금리 역시 같은 기간 2.340%에서 2.414%로 소폭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국채 금리가 인상으로 방향을 틀면 크레딧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년물을 중심으로 국채 금리 방향성이 상승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크레딧에 긍정적인 방향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기대보다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 규모가 커지게 되면 금리 인하 횟수가 기대보다 느려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대선 이슈는 지나갔지만 추경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다보니 채권 시장 변동성이 커진 모습”이라면서 “변동성이 커지면 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서 크레딧 수요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동안 크레딧 시장에서 계엄, 대선같은 굵직한 이슈보다는 홈플러스 기업회생신청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 보류 등 좀 더 직접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더 영향력이 컸던 것을 감안할 때 예상보다 이번 대선 영향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김 연구원은 “정확한 추경 규모나 구체적인 정책 등을 확인해봐야 한다”면서 “산업정책 등이 구체화되는 것에 따라 업종별로 크레딧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차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기업들도 대선을 앞두고 뜸했던 발행시장을 속속 다시 찾을 예정이다. 오는 9일 BBB급인 HL D&I 한라를 시작으로 코오롱인더(A), 두산에너빌리티(BBB+),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A-), 녹십자홀딩스(A+) 등 비우량채들의 수요예측이 줄줄이 예정돼있다. SK브로드밴드(AA)와 에쓰오일(S-Oil, AA+·AA 스플릿), 현대지에프홀딩스(AA)등의 AA급 우량채들도 회사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